김은혜(이웰) / Inside Out Storm / acrylic on canvas / 80.3x65.1 / 2025 / 1,250,000
김은혜(이웰) / Jimin’s Cherished Gift / acrylic on canvas / 80.3x65.1 / 2025 / 1,250,000
Jimin’s Cherished Gift
어느 날, 늦게 핀 벚꽃을 담은 글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하늘 아래, 단단한 나무 몸통에서 피어난 연약한 꽃송이였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놓쳤을 찰나였다. “같은 나무에서 핀 꽃도 제각각인데… 우리 늦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 말이 실처럼 얽혀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 꽃은 내게 말해주었다. 삶은 저마다의 속도로 흐르고, 늦었다고 여겨질 때조차 아름다움이 피어날 수 있다고.
모두가 같은 때에 만개할 필요는 없다. 누가 정한 기준에 맞춰 피어날 필요는 없다. 사회의 잣대나 비교 그리고 세상의 재촉 속에서도, 각자의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온전하고 소중하다. 우연한 마주침에도, 1년 내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했던, 이 여정은 엄지민 작가님의 나눔을 내 안으로 받아들여 그린 흔적이다.
Inside Out Storm
겉으로는 작고 사랑스러운 꽃송이로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에는 흔들리는 가지와 깊은 뿌리가 버틴 폭풍이 숨어 있다. 꽃을 피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안과 혼란을 겪었을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세상이 ‘늦었다’고 외쳐도, 그 꽃은 스스로를 꺾지 않고 피어났다. 내면의 폭풍을 지나 외부의 폭풍을 마주하는 용기가 이 작은 꽃에 담겨 있다.
누군가의 일상이 내게 닿아 숨을 불어넣었다. 그 숨은 내 안에서 자라, 이제 당신에게로 흐른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 이야기가 늦게 핀 꽃처럼, 당신 가슴 속에서 은은히 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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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작가노트 (2024년 ver)
우리는 종종 특별함을 찾아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더 크고, 더 화려하며, 더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순간들, 일상 속에 숨겨진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운동을 하며 마주하는 구름의 움직임과 하늘의 색, 즐겨보는 드라마, SNS에서 본 글, 스쳐 지나간 풍경 속에서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 작업을 통해 나는 바로 그 순간들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포착하고자 한다.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품기도 하며, 순간의 무게에 짓눌려 나 자신을 잃을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다시 나만의 빛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독립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늘의 별을 땅의 꽃으로 바라보는 시선, 환자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던 따뜻한 순간, 빌라 숲 속에서 발견한 어린이집의 알록달록한 풍경, 매일 걷는 길에서 느낀 계절의 변화, 간호사의 교대근무로 이어지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까지. 언뜻 보기에 이 이야기들은 무관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깨달음으로 수렴된다. 바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지금 여기‘의 소중함이다.
아크릴 물감과 텍스처 작업으로 순간의 감정과 깊이를 겹겹이 쌓아가는 작업은, 우리의 삶이 수많은 순간의 층위로 이루어지는 것과 닮아 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누군가의 일상을 새롭게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란다.
삶은 거대한 서사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고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진정한 이야기를 만든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삶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작품을 통해 주어지는 순간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삶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