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9월, 월간연주자 박은지

【그 소리의 성질】
박은지의 피아노는 전체적인 감상보다도 그 하나의 음가에 대해서 먼저 떠오른다. 물리적 명료함과 더불어 마치 ”나도 당신이 내는 소리 같은 상상을 해본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어디서 들어본것 같은 밀도인데 들어보지 못한것 같은, 그의 울림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아주 개인적인 기도처럼 영적이다. 작은 숨 소리와 첫음에도 감상자를 자신의 추억으로 들어가게끔 하는 그런 호소가 음악에 현현해 그 여운은 오래 마음에 머문다.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____
나는 무언가를 앞두고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상상하는 습관이 있다.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실망을 준비하고, 좋은 일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힘든 일이 닥쳤을 때는 이미 최악을 그려본 덕분에 “예상했던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독일에서 살던 시절, 기차나 택배, 행정 처리처럼 일상적인 일조차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 습관은 더 굳어졌다. 나로서는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기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태도가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쁜 일을 기쁨 그 자체로, 슬픈 일은 슬픔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때,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에 적힌 오래된 격언을 떠올렸다.
“모든 순간에는 항상 기쁨과 슬픔이 얽혀 있기 때문에,
기쁠 때는 겸손을 잃지 말고 슬픔에는 담대함으로 준비하라.”
희로애락뿐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도 나는 감정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비정상이라 여겼다. 그러나 일상에서도, 기억에 남는 연주에서도 단일한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겹겹의 감정 속에서 더 큰 여운을 느꼈다. 그렇기에 내 습관 역시 기쁨과 슬픔의 얽힘처럼 삶의 자연스러운 한 방식이라 받아들이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는 특정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작품들 사이의 관련성과 균형을 생각한다. 같은 성격의 곡들이 이어지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무엇보다 내가 작품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와 감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감정은 본래 개인적인 것이기에, 같은 곡도 청중마다 다르게, 겹겹이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향하는 연주를 설명할 때 특정한 롤모델을 꼽고 싶지는 않다.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마음으로 다가왔던 연주들이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말하듯, 다양한 톤과 어투로 마음에서 시작해 마음으로 닿는 인간적인 연주.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연주이고, 내가 추구하는 연주다. 그래서 내 휴대폰 배경에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말이 자리하고 있다.
“You must play for the love of music.
Perfect technique is not as important as making music from the heart.”
내가 무대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삶의 겹겹이 쌓인 울림이다. 곧 열릴 리사이틀은 소속사의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무대다. 청중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하다. 연주 중간이나 후에 곡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청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연주보다 말하는 일이 더 떨린다.
글 박은지 / 편집 이지호
피아니스트 박은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에센 폴크방 국립 음악대학 피아노 석사 및 실내악 석사
에센 폴크방 국립 음악대학 최고 연주자과정 만장일치 최우수 졸업
현) 한독클래식음악협회 회원
현) 계원예술중·고등학교 출강
아르테위드 아티스트
____
2025년 9월 21일 오후 4시, 디 아르테 청담
프로그램
J. Brahms
S. Prokofiev
C. Franck
____
예술의 지속과 확장을 위해 열정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으로 본사의 기능을 이어갑니다
____
Artewith
Gallery The ARTE
예술을 바라보는 젊은 시선
ⓒ 2021. All rights reserved
by Artewith “우리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