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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다르며 함께하다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음역으로 보자면 극단의 양끝에 선 악기입니다. 가장 높은 소리와 가장 낮은 소리가 만났을 때 생겨나는 대비는 그 자체로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듀오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매력은, 단지 음의 높낮이에서 오는 긴장과 해소만이 아니라, 서로를 살려주는 관계로서 두 악기가 어우러지는 그 과정에 있습니다. 단순히 나란히 놓인 구조가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고 보완하며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식입니다.
이번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듀오’라는 형식이 아니라 ‘부부’라는 삶의 호흡을 무대 위에서 나누는 시도입니다. 음악적으로 서로 다른 개성을 지녔음에도, 오히려 그 다름에서 오는 감정과 감각의 교차점이 저희 연주의 중요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한 악기의 대화를 넘어, 저희가 함께 살아오며 쌓아온 시간과 이야기, 그리고 때로는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정들을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습니다.
공연 준비 과정은 결코 낭만적인 순간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이,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도 희로애락이 뒤섞여 있지요. 하지만 그만큼 음악 속에도 저희 일상적인 호흡이 자연스레 배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곡들을 배치하면서도, 흐름의 끝으로 갈수록 조화와 화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는 곧,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해 하나의 여정을 걷고 있는 저희 삶의 궤적이기도 합니다.
무대 또한 이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큰 콘서트홀이 아닌 갤러리라는 친밀한 공간 속에서, 저희는 ‘함께 살아가는 소리’를 전하고 싶습니다. 숨결과 시선, 그리고 작은 울림 하나까지도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이 무대에서, 음악 속에 녹아든 저희의 대화와 시간들이 관객 여러분께 따뜻하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어지는 곡이 있었고, 또 어떤 곡은 많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했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이 음악이라는 언어로 번역되어 하나의 울림이 되리라 믿습니다.
글 장은정 / 편집 이지호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