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기쁨의 색채가 가리고 드리우는 것】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같은 원색은 직설적이고 강한 대비로 반복되며 붓질은 짧고 강렬하여 색은 서로 부딪히듯 배치된다. 이는 작가의 일상적인 제스쳐들을 떠오르게 하며 끊임없는 움직임, 변화, 흐름에 대한 심리적인 몰입을 선사함으로 작업을 관장하는 전반적인 기조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경쾌한 리듬감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른다. 억제되지 않는 감정의 발산, 직관적이고도 본능적인 운율로써 표현과 전달의 강한 욕구를 드러내는 듯 하다.
색채로 드러나는 그의 과감한 회화적 기질은 작가가 내적 세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성향을 시사한다. 쾌활한 원색들간의 충돌은 무의식적인 갈등과 긴장을 암시하는 듯 하지만 맥락은 절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유의 활력적 구현으로 생명력 또한 강하게 드러나 외부세계에 놓인 하나의 생명이 끊임없이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원초적이며 자연적인 생명력에 대해서 상기시킨다. 작가가 늘 우리를 고취시키는 ‘목숨 걸고 하겠다’는 그의 구호가 떠오른다. 그의 강한 눈빛과 의지로 느껴지는 이러한 다짐과 요구는, 회화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녹아있다고 본다.
화면 속에 흐르고 있는 배경과 인물들의 관계를 살펴보자. 특징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공연장, 마라톤, 도시, 건축 공간 등에서 인물은 언제나 환경 속 일부로 등장한다. 이는 개인이 환경과 불가분한 존재라는 관점을 시사하며, 작가의 개념 속에서 인간은 단독적으로 빛나는 주체보다는 배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존재로 실재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물이 튀어나오지 않고 배경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기획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특권적 주체를 - 실격화 라고도 볼 수 있겠다. - 세계의 일부로 환원시키고자 하며 전체는 부분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는 유기체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이 중년 남자의 표현들 속에서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의 비평적 시각으로는 그의 색상과 충돌들은 어두운 계열의 색상을 본능적으로 회피하여 다소 지나친 듯이 보일 수도 있는 밝음들에 요지가 있다. 이는 마치 일상과 세계에 늘 존재하는 불안과 비안정을 가려내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의 주제들은 마라톤, 공연, 행렬처럼 완성보다는 과정을 강조한다. 끊임없이 달리고, 무대 위에 오르고, 배경 속에만 움직여야 하는 인간의 조건을 은유함으로써, 완성되지 않을 여정이라는 실존적 인식을 맞닥뜨리고, 그러한 안식의 부재는 생의 슬픔을 반추한다. 화면 속에 있는 것들은 모두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주인공이 아니며, 끊임없이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딘가로 향해간다. 이러한 개념들은 기쁨의 색채로 표현되나 화면 저 뒤편에서는 은근한 슬픔의 허밍이 흘러오기도 한다.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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