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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월간연주자 이화경

슈만과 브람스, 이화경
피아노 연주자로서 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내면의 소리’ 입니다. 우리는 주로 언어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감정이 다듬어지고 정리됩니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늘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솔직한 감정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죠. 브람스의 음악은 그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 말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감정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로베르트 슈만의 〈다비드 동맹무곡 Op.6〉은 18개의 소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합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각 소품의 성격을 선명하게 살리는 동시에, 그것들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 입니다.
이 작품 안에서 각각의 소품은 서로 다른 감정의 단면처럼 존재하는데요. 어떤 순간은 사랑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장면처럼 다가오고, 또 다른 순간은 충동이나 동경, 혹은 회상의 형태로 떠오릅니다. 이러한 장면들이 축적되며 하나의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랑, 갈등, 열망, 그리고 기억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을 상상하시며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프로그램 중에서 브람스의 작품은 이러한 슈만의 세계와 대비되는 축을 형성하는데요. 슈만의 음악이 유동적이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감정의 파동 같다면, 브람스는 그와는 다른 차원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묘미입니다. 브람스의 음악은 마치 내면 깊숙한 곳에 세워진 견고한 구조와 같은 성격을 갖는데요. 각 음과 화음이 정확한 위치에 놓이며 만들어내는 정제된 공간을 지향합니다. 절제된 표현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중후함과 집중이 중심이 되기를 의도합니다.
브람스의 이 작품은 흔히 기대되는 강렬한 동기나 즉각적인 ‘후킹’ 없이 진행됩니다. 대신, 음과 음 사이의 여백, 미세한 다이내믹의 변화,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호흡 속에서 음악의 본질이 드러나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의 결을 천천히 따라갈 때, 오히려 더욱 깊은 몰입과 울림이 형성되는 것이 브람스와 이 곡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슈만과 브람스의 대비는 프로그램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완성합니다. 슈만을 통해 감정의 파동과 색채를 경험한 뒤, 브람스를 만나면 마치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정리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이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리고 다시 슈만으로 돌아올 때, 그 감정은 더욱 확장된 상태로 드러나 감상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음악은 듣는 이의 내면 안에서 다시 생성되는 경험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주가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글 이화경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