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를 때마다 저는 늘 ’좋은 연주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 섭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그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 무대는 바흐와 스카를라티,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작곡가들 같지만, 저는 그 사이에 흐르는 하나의 선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슈베르트는 낭만이 막 시작되던 자리에, 라흐마니노프는 그 낭만이 가장 멀리 확장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간극을 통해 낭만이 어떻게 자라고 넓어졌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죠.
두 곡 모두 단조로 쓰여, 각자의 어두운 심연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공유되는 크로마틱(반음계적 동형진행) 기법은 본래 바로크에서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래서 1·2부 모두 바로크의 짧은 곡으로 문을 열어 낭만의 시대로 걸어 들어가도록 구성했습니다.
음악 앞에서는 누구나 늘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이번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주만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던 작곡가의 또 다른 시선, 무심코 지나친 시대의 어법을 학문적 탐구를 통해 다시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수록 더 겸손해지고, 무대를 준비하면서도 ’혹시 놓친 것은 없을까‘ 한 번 더 멈춰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지나온 하노버는 대단한 음악가들을 배출해 온 곳입니다. 쟁쟁한 연주자들 사이에서 처음엔 위축되어 황새를 뒤따르는 뱁새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Zitterbart 교수님은 늘 ’편안하게(ruhig)‘, ’음악 안에서 숨 쉬는 일(atmen)‘을 가르쳐 주셨고, 완벽함보다 즐기되 전통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법을 일러 주셨습니다. Tchetuev 교수님께는 좋은 소리와 음악을 자연스럽게 잇는 감각을 배웠습니다. 그 덕에 좋은 소리, 자연스러운 표현,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관객의 마음에 또렷이 가닿는 음악을 전하는 것이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를 이어가고 있지만, 저는 대학교와 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해요. 아이들을 가르친 뒤 홀로 연습하려 앉으면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눈을 반짝이며 가르침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학생들을 보면, 그 열정과 순수함을 저 또한 다시 찾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태도는 두 가지입니다. 늘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에요.
저는 손도 체구도 작아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넘어서려 애써 왔습니다.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탐구한다면 언젠가 그 벽을 넘어 더 좋은 음악가로 자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안고, 오늘도 저는 음악 앞에 앉아 저에게 허락된 시간들을 준비합니다.
글 김예은 편집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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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6일(토) 오후 4시
제 88회 월간 연주자 김예은, 디아르테 청담
2026년 6월 13일(토) 오후 7시 30분
김예은 피아노 독주회 ”낭만의 두얼굴“, 영산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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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지속과 확장을 위해 열정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으로 본사의 기능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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