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유영은/속삭이는 붉음(붉은 광대의 변주 첫번째) 캔버스에 아크릴/ 80.3cmX116.8cm/5,000,000
<속삭이는 붉음-붉은 광대의 변주 첫 번째>
수천 개의 작은 붉음이 화면에 번져 있다. 그러나 이 붉음은 외치는 색이 아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남긴 미세한 떨림, 깊은 곳에서 천천히 번져오는 울림에 가깝다. 다듬어지지 않은 붉음은 종종 고함보다 속삭임에 가깝고, 가장 조용한 붉음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마음의 벽을 두드린다.
이 작품 속 붉음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거의 들리지 않는 숨결처럼 스며들어 화면을 채운다. 겹겹의 원은 소리 없는 파문을 만들고, 흐릿하게 번진 붉은 기운은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의 온도를 기록한다. 분명히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 침묵 속에는 말보다 선명한 감정의 결이 담겨 있으며, 귓가에 닿을 듯한 속삭임으로 관객을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속삭이는 붉음’은 감정의 가장 조용한 형태이자 내면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만 들리는 목소리다. 이 속삭임은 뜨거운 붉음을 지나 더 깊고 섬세해진 감정의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말해지지 않았으나 부재도 아닌, 감정이 숨겨진 채 남아 전해지는 미세한 울림. 이 작품은 그 조용한 진동이 화면에 층층이 쌓여 관객에게 가장 낮은 음으로 말을 건네는 순간을 포착한다.
유영은/불타는 광대(붉은 광대의 변주 세번째) 캔버스에 아크릴/ 80.3cmX116.8cm/5,000,000
<불타는 광대-붉은 광대의 변주 세 번째>
붉음이 가장 뜨겁게 이글거리는 순간, 광대의 내면은 더 이상 감정을 붙잡아두지 못한다. 그동안 눌러온 감정의 층들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팽창했고, 마침내 스스로의 한계에 닿아 조용한 균열을 만든다. 이 균열에서 시작된 열기는 화면 전체를 휘감으며, 감정이 타오르는 순간의 폭발을 시각적 불꽃처럼 드러낸다.
그러나 이 불길은 파괴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광대는 자신을 태우는 열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내어 관객에게 가장 솔직하고 절실한 연기를 내놓는다. 겹겹이 쌓인 붉음은 불꽃의 잔열처럼 요동치며, 화면 위에서 점차 한계에 다다른 감정의 표면을 밝힌다. 빛과 열이 뒤엉켜 만들어낸 붉은 흔적들은 감정이 버티고 버티다 마침내 자신을 내어놓는 결정적 순간을 기록한다.
‘불타는 광대’는 감정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라, 감정이 스스로를 태워 새로운 형상을 남기는 전환의 순간이다. 가장 뜨거운 붉음은 가장 고요한 몰아침을 품고 있으며, 그 불길은 소멸과 해방 사이에 놓여 있는 마지막 붉은 호흡으로 관객을 향해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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