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경/푸른 지옥-Specter 1/장지에 한국화 물감/60.6x60.6/2025/500,000
노민경/푸른 지옥-Specter 2/장지에 한국화 물감/60.6x60.6/2025/450,000
나는 지옥을 구현한다.
현실의 지옥은 영원한 거부의 공간
속하지 못하는 고통, 생생한 배척, 그럼에도 병존하길 바라는 마음
개체임을 가장 잔인하게 느끼는 물리적 공간
고독은 존재의 지옥이다.
나의 푸른 지옥은 불교의 고해(苦海)와 연기(緣起)에 기반하여 구현된다. 고해는 끝없는 괴로움의 바다와 같은 현실 세계를, 연기는 모든 존재가 인연의 상관관계에 따라 존재하고 소멸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관계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타 존재와 연관되며 안정을 느끼고 외로움이란 고통과 공포를 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의 궁극적 해소가 타인을 통해 가능하기에 관계되기 위한 고통과 이를 지속하기 위한 고통이 촉발된다. 나는 푸른 지옥을 통해 이런 현실의 끝없는 고통의 공간을 구현한다.
푸른 지옥은 식물의, 식물 세포의 세상이다. 그들과 근원적인 구성 요소부터 다른 동물 세포의 인간이 동질감으로서 섞일 수 없는 운명적 배척의 공간이다. 상호 의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본능을 무시당하는 고독의 고해 속이지만 배척의 폭력조차 인연이기에 가혹한 연기의 법칙으로, 죽음이 두려운 생명의 본질로 어떻게 든 관계되어 살아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이런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건이 곧 생명을 증명한다. 지옥이라는 삶의 공간 속에서 살아있음의 현상은 위대한 극복으로 승화된다. 동족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생한 극단적 외로움을 마주함은 일종의 수행과 같다.
그렇기에 나는 지옥을 구현하고 그곳에 나를 끌어들인다. 고통 속에서 숭고를 포착하기 위해. 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의 집착과 집요한 삶의 지옥을 이해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