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玉簪花/장지에 분채/90.9x72.7/2025/900,000
김윤진/越橘/장지에 분채/17.9x25.8/2024/250,000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겪어본 이들은 알 것입니다. 생각은 안개 낀 듯 희미하고, 감정은 무뎌지는 상태에 갇혀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때문이죠. 전 정확하게 인식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흐릿한 감각들에 집중했습니다. 대체로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내 몸 어딘가에 가만히 머무르는 것들입니다. 마치 길가에 피어있는 풀잎과도 같습니다. 자라나고 또다시 사라지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은 내 안을 가득 채우지만 그 순환을 자세히 바라보기란 참 고통스럽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직면하고 싶지 않아 부드러운 구름 속 기억을 집어넣었을지도 모릅니다. 흐릿한 감정은 제게 있어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방식입니다. 제 작품은 이와 같이 살아가는, 나와 같은 종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위로이자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