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 Shadows in the Crimson Lake /캔버스에 유화/100 x 80cm/ 2025 / 800,000
정유진 / Celestial Slice /캔버스에 유화/ 2024 / 500,000
정유진 / The Weight Behind the Gaze /캔버스에 유화/ 112 x 162 cm /2024/ 1,200,000
정유진 작가노트
:
정유진에게 회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장이다. 두터운 화면은 때로는 크림처럼, 때로는 파편처럼 다가와 관람자에게 감각적 진동을 남긴다.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보는 경험’을 낯설게 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시선을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투명해 보이지만 오히려 불투명한 시대의 시각성을 질문하며, 보여짐과 숨겨짐, 명료함과 혼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보는 행위”의 무게를 되돌려준다.
강강술래는 특히 그녀가 런던예술대학 재학 시절부터 탐구해온 주제다. 이는 한병철의 『투명사회』에서 제시된 파놉티콘적 감시 구조와 소통 방식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되었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지만 완전한 교감에 이르지 못하는 군무의 원형 구조는, 디지털 시대의 끊임없는 연결 속 단절된 소통 양식과 겹쳐진다.
현재 정유진은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 석사 과정을 밟으며, 이미지 환경 속 회화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학문적 연구와 더불어 국제적 전시 현장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동시대 미술 담론과 실질적 가치를 함께 확장해 나가고 있다.
컬렉터를 위한 작품 설명
: 정유진의 회화는 구상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케이크의 단면, 강강술래의 군무, 인물의 초상과 같은 대상을 화면에 차례로 올리고, 여러 겹의 레이어링과 중첩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형상은 서로 뒤엉키며 점차 추상으로 전환되고, 관람자는 익숙한 대상을 보면서도 낯선 시각적 체험에 빠져든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Shadows in the Crimson Lake는 케이크와 강강술래를 교차시키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케이크는 소비와 축하, 장식을 상징하는 서구적 모티프이며, 강강술래는 원형의 회전 구조와 공동체적 리듬을 지닌 한국의 전통 춤이다.
집단적 합일 속에서도 각자의 시선이 바깥을 향하는 군무의 구조는, 연결과 단절이 공존하는 현대적 소통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정유진은 이 두 모티프를 화면 속에서 교차시키며, 소비적 이미지와 공동체적 시각성이 충돌하고 결합하는 지점을 회화로 풀어낸다.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던 Think We Are Being a Cake가 런던에서 강한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이번 작품은 보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형상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케이크의 표면이 군무의 움직임으로, 군무의 리듬이 케이크의 장식으로 보이는 낯선 혼합과 착시 속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경험한다.
Celestial Slice는 케이크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확대하여 외곽을 제거함으로써 익숙한 사물이 지닌 실체감과 비례를 무너뜨린다.
더 이상 ‘디저트’로 인식되지 않는 케이크는 화면 위에서 거대한 풍경이자 우주적 파편으로 확장된다. 청록과 주홍빛의 강렬한 대비는 표면을 초월적 장으로 변모시키고, 속도감 있는 붓질은 동양적 섬세함과 서구적 에너지를 동시에 불러낸다. 이 작품은 소비의 대상이었던 이미지가 낯설게 전환되고, 또 다른 차원의 공간적·철학적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대작 The Weight Behind the Gaze는 구상에서 출발해 추상으로 암호화되는 회화적 과정을 집약한다.
케이크의 단면, 푸른빛으로 전환된 생크림, 뒤집힌 인물 초상 등 서로 다른 오브제가 층위를 이루듯 중첩되며, 어떤 장면은 희미하게 남고 또 다른 장면은 최종 붓질만이 강하게 드러난다.이러한 시각적 지층은 관람자에게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제공하며, ‘본다’는 행위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단순한 시각적 혼란이 아니라, 이미지가 과잉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 시선이 점차 가벼워지고 진실을 잃어가는 현상을 은유하는 것이다. 은폐와 드러남, 명료함과 모호함, 재현과 해체의 경계에서 이 작품은 관람자가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오늘날 허무하게 소진되는 시각적 교환 속에서도, 회화가 여전히 사유와 울림을 환기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무게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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