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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작가의 목소리

김재형, 입 속의 녹색, 리넨위에 유채, 80 x 115 cm, 2024, 4,200,000원
김재형, 흐르는 강물, 리넨위에 유채, 70 x 60 Cm, 2024, 2,300,000원
작가 소개글
작가 김재형은 여러 해동안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의 순환과 다양성, 그리고 그 두가지가 시공간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해 몰두해 왔다. 그의 작품은 현재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과거에서 찾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연과 삶의 순환의 연결 고리에 대해  직관적 해석과 비전을 제안한다.
Sabrina Kofahl
작가노트
현재의 질문은 항상 새롭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주 과거에서 질문의 답을 찾고는 한다. 매 겨울마다 높은 산에는 눈이 내리지만 수 많은 눈송이 중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은 없다. 자연의 순환,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 여러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만 그 중 똑같은 삶이나 죽음도 없다.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늘 새롭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다시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여백은 도시 아무 데나 서 있을 법한 나무 한 그루나 방금 떨어진 작은 빗방울에서 느낄 수 있다. 혹은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발견할 수도 있다. 아주 가깝게는 오늘 입 안에 들어가는 사소한 무언가에서 비롯할 수도 있다.
평소 습관대로 아무 초록 잎을 하나 주워 입에 물고 아주 살살 씹는다. 친구가 물끄러미 보다가 그 잎으로 그러다가는 피부가 가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우거진 나무들 사이 잔디에 앉아서 나는 내 이 자국이 약간 생긴 이파리를 바라본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그곳에 내가 있었는지, 스스로 행동 하는가 안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만든 영화 ‘노 베어스’는 시각적 연출이 아닌, 언제 가고 언제 멈추며 언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것을 중단하는지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미지를 다루는 이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매이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곳에 내 자신이 존재하는가, 거기서 내가 그 행동을 하는가 여부다.
척박한 환경에서 물과 음식을 간절히 찾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좇는다.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는 제쳐 둔 채. 그 반짝이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일 때도, 누구의 꿈일 때도, 혹은 기억 속 누군가 찰나의 표정일 때도 있다.
사람의 몸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마음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한다. 그 반짝이는 것들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연료가 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상대의 눈동자에서 그 반짝이는 연료가 타오름을 본다.
반짝이는 것을 좇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간절하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영역이 아니므로 특유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혼란스러운 군중 속에서 부모가 쉽게 아이를 찾아내는 것처럼. 그것은 찾아도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이나 빛나는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갓 태어난 아기와 손을 잡을 때의 촉감에서 그 반짝임은 두드러진다. 이처럼 삶의 특별한 순간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평범한 일상에도 그것은 있다. 다만 먼지처럼 흩어져 있거나 젖은 조약돌처럼 이내 빛을 숨길 뿐이다.
반짝이지만 보석을 모으듯 모을 수가 없고, 기억에도 담기 힘든 그런 것들. 우리는 그 반짝이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면 “설명은 잘 못하겠고, 이미지만 남아있어요”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그림에 조금씩 모아본다.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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