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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연

1000mmx700mm|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2025|75만원
양 날개를 펼치고 거북이 솟아오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이제 막 시작된 속도는 붉은 사막을 건너고 있다. 거북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청년의 나를 만나게 되었다. 뜨겁게 건너고는 있으나, 그 끝에 닿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더딘 발걸음을 수없이 닦달했다. 그런 몸살이 거북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바다가 아닌 내가 보고 싶었던 세상으로 날아오르게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는 복잡한 일들이 꼬일 때면 숲을 찾는 습관이 있다. 숲에서는 숨도 느려지고 걸음도 느려진다. 거북처럼 느린 내가 진짜 내가 되는 시간이다. 느릿느릿 나의 속도에 맞춰 걷노라면 복잡한 일들이 하나씩 풀리고 비로소 실마리를 찾아 그 처음을 들고 숲을 나올 수 있다. 거북이 청량한 제 세상을 건너와 뜨거운 사막을 질주한다면 어디쯤에서 첫발을 떼게 될까? 깊은 바닷속 거북이 날개를 펼치고 세상을 향해 솟아오르려 달린다. ‘솟다’에서는 거북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땅에서의 뜨거운 속도를 표현하고 싶었다.
700mmx1000mm|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2025년|75만원
거북은 ‘솟을’ 준비를 마쳤다. 땅에서 만나는 마지막 그림자가 거북에게 이제 날아오르라고 말한다. 여전히 땅에 남을 그림자는 날아오를 거북과 눈을 맞추고 속도에서 멀어진다. 거북이 땅에서 첫발을 떼는 순간, 속도는 이제 자유가 될 것이다. 날아오르는 거북은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려 디지털과 콜라쥬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작업한 두 거북은 사실 하나의 거북이다. 하늘을 나는 새의 그림자, 산을 넘는 구름의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의 그림자는 모두 땅에 있다. 서로 멀어진 자신의 상과 상의 그림자. 그 순간의 시간은 얼마나 지속될까? 이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러나 뜨겁게 갈망했던 세상으로 날아오른다. 나는 여기 있으니 훨훨 다녀오라고 응원하는 그림자를 두고 첫발을 뗀다, 가볍게.
700mmx1000mm|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2025|75만원
혼자가 아니다. 손에 손잡고 바람의 리듬으로 춤을 추는 거북, 거북들 수없이 많은 점들이 하나씩 찍히며 거북의 춤을 노래한다. 그들의 마중을 나온 것이 지는 해, 붉어지는 노을일까? 그들이 마중을 하는 것이 지는 해, 붉어지는 노을일까? 개와 늑대의 시간을 건너 어둠, 혹은 그 너머의 새벽일까? 뜨겁게 갈망하던 세상이 꼭 어딘가여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날아오르고 싶었던 거북은 날아오르고 싶었던 수많은 거북을 만나 서로 춤만 추어도 좋겠다고, 춤이 아니면 손만 잡고 ‘너도 그랬느냐고’ ‘언제부터였느냐고’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건네면서 놀다 와도 좋을 것 같았다. ‘마중’을 완성하고 나서 두 아들이 생각났다. 저 거북 중에서 둘은 나의 두 아들이다. 또 저 거북 중에서 둘은 나와 남편이다. 그리고 저 거북 중에서 셋은 친구이며, 넷은 형제이며, 여럿은 선배와 후배이고, 캔버스 밖에서 춤을 추는 수많은 거북은 누구의 아이이며 반려자이고 친구고 형제고 동료다. 우리는 이 춤이 끝나면 우리의 그림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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