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권수빈 / 흐려진 경계 I / 장지에 채색 / 90.9×72.7cm / 2025 / 1,500,000원
권수빈 / 흐려진 경계 II / 장지에 채색 / 90.9×72.7cm / 2025 / 1,500,000원
<작가노트>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잠시 시야에 머물다가 사라진다.
울렁울렁한 게 순간 감각이 멍 해진다.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벌레들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며 순간 내가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나 싶기도 하다.
종종 이런 현상이 발현되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 잔상들을 따라 가보기도 했다. 이 시작과 끝이 궁금했던 것 같다.
헌데 내가 원할 때나 보고싶을 때마다 볼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다. 참 이상했다.
내가 이상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 호기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여러 모양의 점과 선을 재조합해서 화면을 채워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풍경에 접목하는 것으로 시도해봤었다.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어떠한 것을 표현하는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 같았다.
점차 어떤 형태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순간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 머릿속에 드는 생각 자체가 다양한 모양의 점과 선으로 바뀌어 나타났다.
무언가 정해진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그건 나의 바깥에 있던 초점이 나의 안쪽으로 맞춰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