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김가은 / 느슨한 온기 / 장지에 채색 / 신한110-442-069440 / 99 x 72.5cm / 2024 / 1,200,000
김가은 / 존재하는 무게 / 장지에 채색 / 신한110-442-069440 / 104 x 40cm / 2024 / 1,200,000
<작가노트>
희석되고 지나가는 시간 중에 붙잡아 길게 늘어놓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 그 순간들이란 누군가의 공허를 보았을 때다. 마른 진흙이 건들면 후두둑하고 부서지듯, 으스러져 사라질 것만 같아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과 사람들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땅을 딛고 서는 순간부터 자립을 시작한다. 그러나 삶의 끝자락에서는 다시 중력에 몸을 맡기며 땅과 하나가 되어간다. 이 과정은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며,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오가는 인간의 여정을 보여준다. 잠자는 모습을 담은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양가적인 상황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우연히 마주친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형상의 연출을 중심으로 한 형식적 전환을 시도했다. 겹쳐진 사람의 형상을 연출하며,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고 얼굴 없이 신체 일부들만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단순히 한 장면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연출 사진 중 가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신체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