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김현경 / 미르미르 / 캔버스에 유화 / 72.7 x 60.6 / 2024 / 1,000,000
작가의 첫 유화 작품인 「미르미르」는 2024년 청룡(靑龍)의 해를 기념하며 탄생했다. 전통 속 상상의 존재인 용은 노란 별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 푸른 곡선으로 흐르는 용의 모습은 청룡의 기운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별 위에는 두 존재가 나란히 앉아 있다. 1992년 출생 해를 의미하는 검은 원숭이와, 작가의 상상 속 친구이자 감정적 분신인 검은 고양이다. 고양이는 현실과 상상을 이어주는 내적 동반자로, 이후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깊은 청색 배경에 구름 문양과 별빛의 반사 효과가 더해져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르미르」는 내면의 여정을 시작하는 상징적 첫걸음이자, 2024년 청룡의 해와 함께 열린 작가 세계관의 출발점이다.
김현경 / 일월미르 / 캔버스에 유화 / 100.0 x 80.3 / 2024 / 2,000,000
「미르미르」의 상상력이 확장된 「일월미르」는 전통 일월오봉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24년 청룡의 해의 의미를 이어받아 그려졌다. 본래 일월오봉도가 해와 달, 다섯 봉우리를 통해 왕권과 우주의 질서를 상징했다면, 작가는 이를 자아와 상상의 세계로 확장한다. 화면 좌측에는 해와 해바라기 들판이, 우측에는 달과 청룡이 배치되어 낮과 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한다. 태양 아래 해바라기 물가를 걷는 소녀는 꿈을 향한 자아를, 밤하늘의 백룡은 청룡의 기운을 이어받은 상상의 수호자로 등장한다. 전작 「미르미르」에서 별을 바라보던 용과 캐릭터들은 이번에는 해와 달의 배경 속에서 또 다른 서사를 형성한다. 따뜻한 파스텔 톤과 선명한 블록 컬러, 반복되는 별빛과 구름 문양은 동화적이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더하며, 작가의 세계관이 ‘자아–꿈–상상’으로 이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김현경 / 꿈을 찾아서 / 캔버스에 유화 / 72.7 x 60.6 / 2024 / 1,000,000
작가의 화풍 실험과 감정적 상상이 유쾌하게 녹아든 이 작품은, 전통 동양화의 상징(모란, 운문)과 현대적 캐릭터, 그리고 추상적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실험적 회화이다. 중심에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검은 고양이가 등장하며, 이 존재는 작가의 상상 속 친구이자 자아의 일부로, 자유롭고 순수한 내면을 상징한다. 다양한 색의 풍선은 이상과 희망을 상징하며, 화면의 윗부분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상승감과 함께 미래를 향한 감정의 흐름을 나타낸다. 모란과 구름 문양은 전통적 소재를 통해 작품에 시간성과 정체성을 부여하며, 따뜻한 파스텔톤과 흩뿌려진 붓터치는 꿈결 같은 화면을 만든다. 「꿈을 찾아서」는 ‘상상의 시작점’으로서, 이후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와 세계관을 관통하는 감정적 핵심을 형성한다.
김현경 /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 캔버스에 유화 / 72.7 x 60.6 / 2024 / 1,000,000
전통 민화 궁모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화로, 작가의 상상과 자아를 담은 상징적 장면이다. 화면 중앙의 검은 원숭이와 검은 고양이는 밝게 뛰어다니며 관객을 마주한다. 원숭이는 1992년 출생의 자전적 표지, 고양이는 상상의 동반자이자 감정의 분신이다. 따뜻한 파스텔 핑크 배경 위 좌우의 화려한 모란은 부귀와 생명력을, 하단의 곡선형 구름은 환상의 공간감을 부여한다. 뒤편의 산과 운문은 전통 산수의 어휘를 환기시키며, 장면 전체는 현실을 넘어 무한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각화한다. 유화 특유의 부드러운 붓질과 평면적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어, 전통성과 현대성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화면을 완성한다.
<작가의 노트>
"어른의 무게 속에서
숨은 동심이 다시 피어난다.
전통은 상상과 맞닿아
엉뚱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짓는다.
그림은 순수의 힘이 되어
어른에게 작은 쉼표로 머문다."
우리는 흔히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 받는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늘어날수록 지켜야 할 규범은 두터워지고, 그 속에서 엉뚱함과 순수함은 서서히 가려진다. 그러나 그 마음을 다시 꺼내는 순간, 삶은 예기치 않은 자유와 온기를 되찾는다. 나의 작업은 바로 그 지점, 감춰진 내면의 세계를 불러내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하얀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유화는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작업은 전통에서 체득한 정서와, 미국에서의 교육으로 얻은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의 감각을 서로 자연스럽게 겹쳐내며, 새로운 이야기를 낳는다. 동양적 여백의 미와 현대적 색채의 활달함이 서로 교차하면서, 회화는 시각 언어와 상상력의 장(場)으로 확장된다.
특히 작업 속 원숭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1992년(임신년) 내 탄생과 겹쳐지는 자전적 상징이자 전통과 현재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그것은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앞으로 이 상징을 토대로 다양한 매체와 접점을 탐색하며, 평범한 일상 너머의 기이하고 유머러스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결국 나의 회화는 전통과 현대, 개인과 보편, 순수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작은 우주를 만든다. 그곳에서 예술은 다시 삶의 숨결을 회복시키며, 어른에게도 허락된 ‘순수의 쉼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