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이연재

작가의 목소리
이연재 / <화(火)-piese1> / Fire on the book / 39.2x93.5x17cm / 2025 / 150만원
이연재 / <화(火)-piese2> / Fire on the book / 39.2x93.5x17cm / 2025 / 150만원
작가 노트:
제 작업은 헌 책과 불을 주요 재료로, 시간의 흔적과 재탄생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책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담아왔지만, 제가 사용한 헌 책들은 더 이상 읽히지 않고 빛바랜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들을 기반으로 자연에서 가장 정교하고 효율적인 구조인 벌집의 형상을 차용해 새로운 조형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벌집은 강도와 안정성을 지니면서도 반복과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질서와 추상성이 공존하는 형태입니다.
이 위에 불을 개입시켜 자연스럽고도 우연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불은 제 뜻대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우연성과 흔적 속에서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새로운 아름다움이 피어납니다.
태움으로써 잊힌 지식과 기억이 다시 살아나며, 불이 남긴 그을음과 잿가루, 온기와 연기는 파괴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조건이 됩니다.
끝이 곧 시작이 되는 순환의 미학, 사라져가는 것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꺼내어 다시 존재하게 하는 과정이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버려진 책은 본래의 기능과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상과 서사를 담는 오브제로 전환됩니다.
다만 종이라는 재료는 본래 연약하고 불을 거치며 더 쉽게 훼손됩니다.
그래서 마감 코팅액을 통해 형태의 붕괴를 막고 시각적 선명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간의 흔적을 오래 붙잡아두려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ONLINE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