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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지

작가의 목소리
구윤지 / 포착 / 면천에 아크릴 / 50호 F (116.8 × 91.0 cm) / 2025 / 1,000,000
구윤지 / 수박 / 아사천에 아크릴 / 50호 S (116.8 × 116.8 cm) / 2025 / 1,500,000
저의 작업은 기억과 감각의 잔상에서 출발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고,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은 더 쉽게 흩어집니다. 하지만 잊힌 줄 알았던 순간이 문득 감각으로 되살아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때의 모호하면서도 선명한 경험을 포착하고자 합니다.
〈수박(watermelon) 2006〉은 그런 경험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사진을 보다 보면, 가끔 그 속의 아이가 나라고 생각하기 어려울때가 있습니다. 내 기억에서 사라진 모습인데도, 사진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사라졌던 조각들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여름날 시원한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 수박을 베어 물던 순간. 달콤한 과즙으로 끈적이던 손가락, 퍼지는 향기, 그 시절의 온도와 공기. 구체적인 장면은 흐릿하지만, 감각은 오히려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작업은 ‘분명 나이지만, 동시에 내가 아닌 듯한 상태’
즉, 감각으로만 남아 있는 기억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입니다. 저의 예술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흐려진 기억과 되살아난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포착(Capture) 2006〉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진 연작입니다.
이번에는 2006년에 파스타를 먹고 있는 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다시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두 번째 그림에서는 단순히 사진 속 인물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뒤의 공간을 확장하여 실제의 공간이 펼쳐지는 듯한 깊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나를 둘러싼 색채를 비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인 공간감 속에서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수박〉과 〈포착〉은 모두 흐릿한 기억의 경계에서 출발하며
개인적인 장면을 다시 바라보고,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순간,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인 감각을 보여줍니다.
관람자 또한 제 작업을 통해,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작은 감각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품은 결국 개인의 기억을 넘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의 보편성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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