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Adventure/Oil & Oil pastel on canvas/72.7 x 60.6/2023/미판매
1.Adventure
활기 넘치는 모험의 숨결,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는 숱한 예술혼의 뮤즈가 되어왔다. 이 작품 역시 그 영감을 이어받아, 현실과 꿈의 경계가 허물어진 기묘한 세계를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상한 나라의 현현을 위해, 먼저 그곳을 거니는 신화 속 동물들을 불러냈다.
그 중에서도 얼굴 없는 고양이는 이 작품의 핵심적인 상징이다. 그의 형상은 어렴풋이 드러나지만, 얼굴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미지의 심연, 인간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낯선 세계를 암시한다. 그의 부재하는 얼굴은 앨리스의 여정에 드리운 수많은 질문,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호기심을 담고, 그의 미소는 현실의 논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이상한 나라의 비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을 속삭인다.
하늘을 나는 새와 땅을 딛고 선 새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부조리한 현실의 단면을 드러낸다. 날갯짓은 자유를 갈망하는 외침이요, 발걸음은 억압된 현실에 대한 저항이다. 고양이 곁에 웅크린 4족 보행 동물들은 인간 군상을 닮아, 욕망과 갈등, 사랑과 배신이 교차하는 삶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그들의 시선은 때로는 고양이를 향하고, 때로는 관객을 향하며, 미지의 존재와의 관계,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을 암시한다.
배경을 물들인 색채는 시대의 자화상이자, 인간 내면의 풍경이다. 붉은색은 억압된 열정과 분노의 불길, 녹색은 잃어버린 평화와 희망의 잔영, 하얀색은 순수와 광기의 양면성, 파란색은 절망과 고독의 심연을 상징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내지른다. 이렇듯, 삶의 희로애락이 뒤섞인 이상한 나라에서, 인간과 동물은 운명의 굴레를 함께 짊어진다. 특히 얼굴 없는 고양이의 존재는 이러한 운명의 불가해성,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
화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을 앨리스의 여정에 초대한다. 캔버스 앞에 선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기묘한 풍경에 매혹되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앨리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끊임없는 갈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수현/Two fantastic horses/ Oil & Oil pastel on canvas/90.9 x 72.7/2023/3.000.000
2. Two fantastic horses
이 그림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화자의 내면과 인생 여정을 깊이 있게 담아낸 문학적 서사입니다.
캔버스 위에서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해 온 말의 다층적인 상징성을 탐구합니다. 성경의 묵시록, 에스토니아 동화, 톨스토이의 우화 등 문학적 원형의 오마주는, 말이 지닌 보편적인 의미를 환기하며, 화가의 개인적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야기 속 주인공의 여정을 이끄는 동반자이자, 사회적 위계와 권위를 드러내는 표상이 됩니다. 화가는 이처럼 다의적인 말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길을 형상화합니다.
홀로 흐릿하게 겹쳐진 말의 형상은 고독한 자아의 초상을, 명확하게 그려진 두 마리의 말은 삶의 동반자를 만난 기쁨을 은유합니다. 두 말이 응시하는 시선의 끝에는, 굴곡진 인생의 험난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대비적으로 펼쳐집니다.
밤과 낮을 가르는 검은색과 흰색의 배경, 푸른 하늘과 더 깊고 푸른 바다, 그리고 무수한 별들이 수 놓인 은하수는, 화가의 여정이 펼쳐질 광활한 시간과 공간의 서사를 담아냅니다. 이는 미지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암시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그림은 말이 지닌 문학적 상상력과 화가의 개인적 경험이 어우러져 탄생한, 한 편의 서정시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