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섬 / 200802 불안의 궤도 49_소외 / 종이 위에 펜, 수채물감/신한 110-538-874951 이승희 / 8.7x13.6 / 2020 / 150,000
섬 / 250403 불안의 궤도 136_가시 / 종이 위에 모노타이프 / 신한 110-538-874951 이승희 / 25.7x39 / 2025 / 700,000
섬 / 250422 불안의 궤도 137_바람 / 종이 위에 모노타이프/ 신한 110-538-874951 이승희 / 25.7x39 / 2025 / 700,000
<작가노트>
나는 내 안의 부정적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말할 수 없는 불안, 우울, 고립감 등을 오롯이 종이 위로 옮겨내기 위해 고민하며 스케치를 하다보면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점점 고요해진다. 그래서 <불안의 궤도> 시리즈는 불안으로 대표되는 나의 심리적 고통들을 세상에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이며 치유의 마중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에는 대부분 손바닥만한 작은 드로잉북에 볼펜과 연필, 수채물감 한 두 개로 그 감정들의 실체를 밀도 높게, 일기처럼 기록하듯 그렸다. 그러한 방식의 작업은 부정적 감정이 속에서만 억눌려 곪지 않고 밖으로 나오게 하여 나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다. 심리적 고통이 더 깊어지지 않게 돕고 나의 불안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나는 주로 타인의 말 때문에 상처받고 불안해지는데 그럴 때면 눈을 감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만드는 빈 공간 사이로 바람이 흘러가듯 가시같은 말들도 무해하게 그저 스쳐 지나간다고 상상한다. 이것은 최근에 스스로 터득한 방법으로 사소한 불안을 즉각적으로 감소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종이에 가시와 나무의 크기 변화, 모노타이프 판화의 부스러지는 선과 먼지가 흩어지는 듯한 문지름의 흔적을 통해 불안의 완화를 표현한다. 과거와 현재의 불안의 실체를 묘사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화와 치유에 대한 희망으로 작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갑작스러운 불안을 반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통해 각자의 불안이 떠오른다면 잠깐이라도 자신이 불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 짧은 사유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내가 찾은 방법은 그 감정들을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당신과 나의 용기가 종이 위의 검정 잉크가 부서지고 흩어지듯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치유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