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언 / 관계의 반동4 Recoil of relationship4 / Oil on canvas / 신한 110478981624 / 90.9x72.7 / 700,000
이지언 / Temporary Intimacy / Oil on canvas / 신한 110478981624 / 72.7x90.9 / 900,000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입장 밴드를 회화의 중심 모티프로 삼아, 관계의 소모성과 감정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해석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리본 형태의 밴드들은 저마다 다른 색과 로고, 질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결국 하나의 화면 위에서 겹치고 얽히며 구별과 식별을 초과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피로, 그리고 단기적인 위안의 반복적 소비를 은유한다.
입장 밴드는 단순한 이벤트의 흔적이 아니라, 일시적인 소속감과 해방감, 그리고 그 후에 밀려오는 공허함까지를 상징하는 상징적 오브제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기호를 통해 익명성과 소속, 그리고 거리와 밀착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며, 그것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개인의 내면이 어떻게 파열되고 봉합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화면의 구성을 통해 리듬과 충돌, 방향성과 중첩의 감각을 강조함으로써, 관계의 운동성과 감정의 반작용을 형상화한다. 이 과정은 '보여지는 삶'과 '살아내야 하는 삶', 그리고 '바라던 삶' 사이의 괴리감을 환기하며, 감정의 반동이 어떻게 시각 언어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회화적 실험이기도 하다.
작품은 특정한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사회적 공간 안에서 반복되는 감정과 인간관계의 패턴을 보편적 언어로 전환함으로써, 동시대적 정서를 공유하는 시청자에게 감각적으로 침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