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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이

작가의 목소리
이샘이 / 흩어진 곳에서 우주를 찾는다/한지에 채색/72.7cmX60.6cm/2025/300,000
작품설명 :물고기 떼가 유영하는 물속, 그 주변을 감싸듯 흩날리는 비닐 조각들은 잠시 중력에 이끌려 한곳에 모였다가, 어느 순간 다시 조용히 흩어진다. 나는 그 움직임 속에서 우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탄생과 소멸, 만남과 이별—이 한데 응축되었다가 서서히 해체되는 장면을 본다. 그 흐름은 놀랍도록 유기적이면서도 덧없고, 마치 수십억 광년 너머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을 내며 태어나는 별처럼 아름다움과 허무가 동시에 깃들어 있다.
이샘이/연결/한지에 채색/45.5cm x53cm/2024/100,000
작품설명: ‘꿈’이라는 것은 본디 형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우리 안에서 물질처럼 인식되는 순간은 대개 강렬한 감정이나 충격적인 경험을 동반할 때다. 그것은 반드시 극단적인 장면—끔찍하거나 황홀하거나, 혹은 그 사이 어딘가의 어떤 결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와 우리 기억 속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그 순간을 마치 번개가 대지를 꿰뚫는 찰나와 같다고 느낀다. 짧고 강렬하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기며, 그 사이의 세계는 순식간에 빛의 프리즘처럼 일그러지고, 익숙한 색과 형태들이 전혀 다른 결로 뒤바뀐다. 꿈은 그러한 전환의 공간,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반짝이는 왜곡된 색채의 스펙트럼 속에서 생겨난다. 이 작업은 그 찰나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려는 시도다.
이샘이/물질[온도]/한지에 채색/45.5cmx27.3cm/2024/100,000
작품설명:꿈은 인간이 겪는 심리적 현상이지만, 나는 이를 일종의 ‘물성’으로 간주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꿈은 ‘온도’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온도는 우리 몸을 뜨겁게 혹은 차갑게 만들지만, 그것 자체를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오직 그 영향—피부로 느껴지는 감각, 입으로 설명되는 경험—을 통해 온도의 존재를 인식한다. 그러나 관찰자가 개입해 열화상카메라 같은 장치를 사용하면, 비로소 그 보이지 않던 온도가 시각화된다.
나는 꿈 역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지만, 강렬한 경험이나 감정, 그리고 말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 존재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관찰자인 우리가 상상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꿈을 ‘포착’하고 해석할 때, 그것은 비로소 하나의 형태를 가진 물질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 작업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꿈의 감각을, 온도처럼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으로 가시화하려는 시도이다.
작업노트
나는 사소하고 미세한 현상들 속에서 거대한 질서를 감지한다. 예를 들어 물고기 떼 사이를 부유하는 비닐 조각들은 중력에 이끌려 한순간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 그 단순한 흐름은 나에게 응축과 해체, 탄생과 소멸이라는 우주의 근본적인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움직임은 찰나이고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자꾸만 그 장면들에 사로잡히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붙잡으려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어느새 그 흐름 안으로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꿈도 비슷한 결을 가진다. 형태 없고 측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물질처럼 느낀다. 나는 꿈을 ‘온도’에 비유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몸으로 느끼며, 언어로 설명하며, 결국 상상력이라는 관찰 장치를 통해 시각화된다. 열화상카메라처럼, 우리는 상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을 포착한다. 꿈은 그런 식으로 우리 기억에 자리 잡고, 때론 번개처럼 강렬하게 박힌다. 찰나의 감각, 감정의 프리즘 속에 일그러진 세계가 그 안에 들어 있다.
결국 나의 작업은 이런 감각들—작지만 깊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비닐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온도처럼 형체 없이 다가오며, 꿈처럼 찰나에 박히는 이미지들. 그것들은 모두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나는 그 흐름을 관찰하고 해석하려 애쓰면서도, 어쩌면 그 힘에 끌려다니는 존재에 더 가깝다. 내가 만드는 것들은 그런 흐름 속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일시적인 감각의 덩어리이자, 사라지기 전 한순간 빛나는 프리즘 같은 장면들. 내 작업은 그 찰나의 흔적을, 눈앞에 붙잡아두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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