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이은주/삐삐롱스타킹shout of joy/acrylic, oilpastel on canvas/농협3510862574063(이은주)/45.5X27.3/2024/640,000
이은주/삐삐롱스타킹mamma mia2 /acrylic, oilpastel on canvas/농협3510862574063(이은주)/45.5X45.5/2025/8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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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작가노트 –
제주의 바다,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의 모습 피에타, 그리고 엄마의 교복이 된 앞치마.
나는 제주에서 엄마의 사랑, 모성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폐증을 가진 아들과 함께 그린 500호 크기의 피에타. 그 그림을 완성하면서 나의 진짜 그림 인생이 시작되었다.
제주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위로의 컬러 핑크색 파도를 전시장 전체에 그렸다. 춤 추듯이. 물질하듯이. 아들과 그린 500호 피에타를 그 핑크 파도속에 당당히 세워 걸었다.
치료 받는 아이를 기다리며 북카페에서 시작한 그림.
아들의 영향으로 나는 공채 탤런트에서 화가로 탈바꿈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그림 속에 담고 싶었다.
내 그림엔 어머니의 오래된 앞치마가 숨어있다. 그 앞치마에는 ‘엄마의 교복’ 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엄마라는 존재는 우주의 빛을 생성하는 존재이며 작은 불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를 키워낸다.
엄마는 가정을 연출하고 온 세상의 총기획자이고 아이들에겐 첫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이다.
내 작업에는 숫자 1부터 10까지가 등장한다. “1, 2, 3, 4..." 그리고 "9, 9, 9... 시~입! 10!"
하루에도 수십 번, 속으로 숫자를 세며 참고 기다리고 견디던 시간들.
엄마는 그 어떤 수학자, 과학자보다 더 많은 숫자를 세며 살고 있다.
나는 배우에서 엄마로, 그리고 화가로 살고 있다.
‘균열하는 형체 리바이브’ 에서는 삐삐롱스타킹의 삶의 균열에서
그녀도 결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가 되었구나! 어린 소녀가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되고 드디어 삶의 환희를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며 삐삐롱스타킹 시리즈 10번째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 속 삐삐는 하늘에 계신 엄마를 늘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녀가 택한 삶은 바로 엄마였다. 가장 고귀한 선택!
내 작품은 두터운 물감을 덕지덕지 바르는 마티에르 기법에 살짝 가깝다.
표면이 호흡하고 빛이 닿을 때마다 그림의 표정이 변하며 물질이 감정이 되고 삶으로 표현되는 재미진 기법이다.
예술은 결국 말 없는 것들이 말을 걸어오는 세계잖아. 물감, 천, 표면, 나이프자국, 붓끝의 망설임 하나까지 모두 다 내면의 언어였고 깊은 한숨이었다.
엄마 삐삐가 되어버린 그녀를 상상하며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회화에 조각을 섞는 느낌의 스크래칭을 굉장히 즐기는데 즉흥적으로 긁는 이 표현이 무대위에서 모놀로그를 하는 기분이 든다. 긁고 입하고 또 물감을, 때로는 물을 뿌리고 닦아낸다. 그리고 숫자를 세고 눈에 보이는 내 삶과 관련된 사물들을 마구 그려 넣으며 울다 웃던 수많은 기억들을 마주한다. 선들은 분노가 되었다가 환희의 춤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상처와 기쁨을 캔버스에 담는다. 낙서 드로잉은 매우 의식적으로 그려진다. 숫자는 가다림, 다스림의 상징처럼.
내 일기장을 펼치듯, 나의 붓을 즐겁게 든다.
어릴 적 ‘화가가 되어야겠다’는 소망보다 지금은 ‘화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지금의 나를 키우고 있다.
내 작업의 테마는 ‘어머니’ 그리고 ‘가정의 사랑’이다. 그렇다. 나는 엄마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