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전유빈

전유빈, Lace, etching on the paper, 25 x 35 cm, 2025, 1,100,000
전유빈, hide, oil on canvas, 60 x 60 cm, 2024, 900,000
<작가노트_전유빈>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싫어서 멈춰있는 것들과 영원하고 싶다. 자라나는 신체, 어디를 보고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선, 결국은 싫어하게 된다거나 하는 감정적인 변수, 몰라보게 달라진 생김새, 나도 모르게 변해버린 글씨체, 어쩌면 죽음까지도. 어느곳에나 자리하면서도 어느곳에도 자리할 수 없는 위태로운 존재감과, 분류될 수 없음의 모호함을 호소하며 더이상 그런 자기증명을 할 필요도 없이 남아있는 것들의 틈으로 도망치게 된다.
어디부터 재단해야 할지 모르겠는 ‘우리’라는 모호한 말과 사물에 합류하려는 발버둥, 그리고 어떻게든 닮음으로써 어울리려는 기묘함은 얼핏보면 인형놀이의 방식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살아움직이지 않지만, 불쾌한 생명력으로 가득차있는 광경. 그러나 결국은 모든 것이 세상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라는 동질감은 놓지 않는다. 끊임없이 주변환경과 꽤 닮은 것을 그려내길 반복하며 그 안에서 생성되는 미묘한 이질감을 찾게된다.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고 기계는 점점 인간화되어 인간과 기계가 서로 닮은 것이 되어가는 순간 속에서 잔존하는 불편함을 감출 수 없는 것 처럼. 나를 닮은 타인과 타인을 닮아가는 나 중에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를 생각하며 주저앉거나, 그 중 무엇도 닮지 않은 특별함을 질투했던 경험들. 아주 다른 것은 닮게 그리고 꽤 닮은 것은 달리 그려버리는, 인간성에 대한 엉망스런 교차로 관계된 것들을 정돈하는 것이다. 어그러진 경계 속에서 가끔은 가짜와 진짜를 헷갈린대도.
무분별한 신체의 조각 사이에서 억지스럽게 흉내내는 다름을 색출하거나, 가끔은 모른 체 해버리는 일들. 단단하고 말랑한 물성들이 납작한 붓질로 통일되어 동일성을 획득하게 되는 미묘함. 산 것도 죽은 취급을 하는 듯한 전면광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사물들의 굴곡. 이를 두고 산 것과 죽은 것을 따지는 일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자문하며 산 것에 대한 예를 무시해버리려는 충동.
결국 남은 것은 마모된 생명력. 조악한 구별법. 참으로 익명적인 물성.
ONLINE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