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연

작가의 목소리

지재연 / Desderium / 캔버스에 유화 / 92x73cm/ 2025 / 1,200,000원

지재연 / cosmic / 캔버스에 유화 / 100x781cm/ 2025 / 1,500,000원

작가노트

나는 도피와 방어의 메커니즘을 통해 미성숙한 자아와 현실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기호로 풀어낸다.

성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성장한 나는 어릴 적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접하며 자란 세대로서 특히 일본 서브컬처에서 비롯한 '망가'적 표현 방식을 작업의 중요한 언어로 사용한다. 현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장치였던 이들을 강렬한 붓질과 흐릿한 색채로 재해석하는 것은 외부와의 심리적 충돌을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의 경험적 표현 방식이다. 탁하고 모호한 색감은 불안정한 이상 세계를 상징하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속도감 있는 붓질은 대체 현실과 실제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을 담아내며 도피처의 안락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 속에서 캐릭터와 기호들은 억눌린 내면의 불안정한 아이를 상징하는 '대체 자아'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재해석을 통해 나는 대중문화와 서브컬처의 상징적 기호들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탐구하며, 이를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