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영/핑크 꽃길/옻지에 채색/36x59/1,500,000
임수영/모든날 모든 순간/순지에 채색/99x80/2,500,000
임수영의 작가노트
가족으로 만난 이들은 서로가 붕어빵처럼 닮아 있다. 우리집 강아지도 이목구비와 성격이 우리 부부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동안 함께 살았던 강아지들이 서로 닮았으며 지금 그들이 지금도 함께 있다는 느낌이다. 영화 <코코>의 산 자와 죽은 자처럼 나의 그림 세상에서는 떠나간 ‘복남이’, ‘순돌1’, ‘아리1’, ‘아리2’가 지금의 ‘순돌2’와 함께 쌍둥이들처럼 함께 살고 있다. 나의 그림 세계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있다.
그들은 어떤 우연으로 내 품에 왔을까? 사실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사랑이었을 게다. 그들을 그리는 것은 장 그르니에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신의 속성들을 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Mors Janua Vitae”는 ‘죽음은 삶으로 이어진다’라는 라틴 금언이다. 한없는 사랑을 주고 간 아이들은 매일 되살아나고 또 되살아난다. ‘순돌 2‘는 떠난 아이들의 사랑으로 태어났고, 나는 이 아이를 통해 떠난 아이들과의 사랑스런 추억들을 그린다. 이 아이들과 어느 날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어디 나뿐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든 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젯밤 꿈속에서 ‘아리2’를 보았다. 생후 2개월에 너무 빨리 하늘로 간 이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뛰어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어루만졌다. 눈이 시려웠다....
떠난 아이들은 실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종이 위에 불러내면 ‘순돌2’와 나에게 꿈속에서나 가능할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만큼 털오라기를 그리고 또 얹어 그리면 손끝으로 얼굴과 다리를 어루만질 수 있다. 눈망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면 ‘순돌2’도 다가가 서로 마주 보고 옹알거린다. 그림으로나마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혜인가. 나는 오늘도 설레임과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불러낸다.
<핑크 꽃길>은 생후 2개월 무렵의 ‘아리2’와 ‘순돌2’이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은 ‘아리2’가 떠난 후 ‘순돌2’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