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SWEET SPACE/40.9X31.8/acrylic on canvas/2024/420,000
PICNIC/40.9X31.8/acrylic on canvas/2024/420,000
나에게 있어 예술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자신을 탐색하고 드러내는 언어’이다. 평소 말로는 내 생각이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작업 구상을 위해 이미지를 떠올리고 화면을 계획하는 과정은 나도 몰랐던 나의 선호, 감정, 욕망들을 구체화하고 마주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예술은 무심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방치되어 있던 무의식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정리해주는 도구가 되어준다. 현대의 많은 예술가들 또한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드러낸다. 그들은 상징과 은유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 시대적 고민, 사회적 시선을 이야기 한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나 생각들을 색, 형태, 물질, 움직임으로 전환하며 자신만의 시선을 세계에 던진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내면과 일상 속 감정들을 조형 언어로 옮긴다.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교차하며 공감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작업은 SNS 속 과시적인 이미지들로부터 비롯된 욕망에서 출발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생활화는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모습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일상은 ‘보여지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현실과는 다소 괴리된 모습을 하기도 한다. 그 연출된 장면들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어느새 그들처럼 소비하고 누리기를 갈망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의 제약은 그 욕망을 쉽게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점차 압박감으로, 그리고 권태와 소외감으로 바뀐다. 나는 이 억눌린 욕망들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를 대신해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여 상상의 공간 안에서 그 캐릭터가 욕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대리만족이자, 동시에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는 통로와 쉼터가 되어준다.
이러한 정서적 배경은 작품의 조형 언어로 전이되어 욕망은 화면 위에 놓인 사물들로, 이상화된 자아는 곰인형 캐릭터 ‘Winny’로 형상화된다. 각 사물은 단순한 소유의 대상이 아닌 타인을 통해 촉발된 갈망의 조각들로, 내가 ‘갖고 싶은’, ‘되고 싶은’ 등의 개인적 욕망이 투영된 상징물들이다. Winny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외형 속에 단단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다. 곰인형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러나 곰처럼 강인하게 행할 수 있길 바라는 나의 이상향이자 대리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캐릭터가 화면 속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다양한 행위를 펼치는 모습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나의 갈망을 해소하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자 심리적 탈출구가 된다. 이러한 조형적 구성을 통해 나는 일상에서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감정과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출하며 스스로의 내면과 끊임없이 마주한다.
나의 작업은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이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일상의 풍경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SNS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느꼈을 부러움, 나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욕망과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작은 실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감정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은 개인의 욕망을 넘어 동시대의 감정 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사회적 기록이 되기도 한다. WINNY라는 캐릭터를 통해 구현된 상상의 공간은 나만의 도피처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잠시 머물러도 괜찮을 작은 쉼터가 되길 바란다.
이 작업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감정의 결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각자의 내면과 욕망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