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조수연/봄/ low-iron glass, flower/NH농협 3521555313963/270×50×260mm/1,000,000
조수연/ 2011년 5월 22일 일요일/plate glass /NH농협 3521555313963/300×600mm/500,000
작가노트
조수연은 ‘기억’이라는 정서적 층위를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의 경험을 계기로, 기억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자아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임을 실감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시간성과 감정, 정체성의 중첩을 탐구해왔다.
유리는 투명성과 깨지기 쉬운 물성을 동시에 지니며, 마치 기억처럼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특성을 안고 있다. 작가는 인그레이빙과 퓨징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유리에 감정의 파편, 꿈의 이미지, 자전적 서사를 새겨 넣는다. 이 과정은 사라져가는 기억을 고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흐려지는 순간들 속에서 자아를 새롭게 구성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작가의 최근 작업은 유년기의 일기, 성인기의 드로잉, 무의식 속 장면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 연작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조형 요소들은 기억의 시간성과 심리적 밀도를 품고 있으며, 관람자는 이를 통해 한 개인의 내면 여정을 마주하게 된다.
조수연의 작업은 기억의 복원이 아닌 정서적 공명을 지향한다.
그것은 자신만의 상처와 흔적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조용한 손을 내미는,
투명하지만 견고한 형식의 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