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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작가의 목소리
조현/We Will Pick You Up/acrylic on paper/109.0x78.8/2025/4,360,000
조현/Dancing In The Moonlight/acrylic on paper/78.8x57.0/2023/2,250,000
조현/I Am Just A Pigeon/acrylic on paper/70.0x50.0/2024/1,680,000
작가노트
마흔 즈음에, 내 인생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한 힘든 순간을 겪어내고 있을 때였다. 지인의 초대로 댁을 방문했다 돌아가면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그 전까지 제대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데다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돌보기에는 게으르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라 자평하고 있었던 터라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너무 많은 새끼 고양이를 떠안은 그 분의 사정과 나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가 결합해 만들어낸 우발적인 사건에 가까웠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나이 사십에 느닷없이 턱시도 냥이의 집사가 되었다.
삶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날, 새끼 고양이를 작은 종이가방에 넣어서 안고 돌아오며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여태껏 고양이가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타자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내 온 존재가 그가 되지 않고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소중한 사람을 이해하기위해 느끼고 생각하고 고뇌한다. 이런 온 마음을 다한 노력의 끝에 오해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인정한다면, 타자를 이해하려고 하는 이 모든 애씀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다시 고양이 얘기로 돌아가서, 만 4년을 살다 간 나의 고양이, 호야는 내게 고양이가 누구인지, 호야가 누구인지를 묻게 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 속 타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점을 전복하고 확장시켜 주었다.
세월의 시계를 좀 더 과거로 이동시켜보자면, 어린 날의 나는 자발적 외톨이였다. 언어라고 하는 매체는 나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지만, 말은 결코 미묘한 감정의 뉘앙스와 유형화할 수 없는 생각들을 표현해 낼 능력이 없었다. 비언어적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나를 제대로 표현하고 상대의 이해를 이끌어내 진정한 내적 소통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때, 나는 혼자 놀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 같다. 동족을 만나기를, 그들이 나를 데리러 오기를.
이번 전시에서 ‘어떤 작품들로 무슨 이야기를 건넬까’를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어제도 친구와의 통화에서, 도무지 이해해기 힘든 누군가를 어떻게 어른스럽게 소화해 낼까를 한참 고민했던 것처럼, 우리는 매일 이해와 오해 사이 그 어디쯤에서 수많은 타자와 이번 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유월에
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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