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신화용 / apricot flower-001 / yarn on canvas / 53cm*45.5cm / 2025 / 700,000
신화용 / sunflower-001 / yarn on canvas / 65.1cm*53cm / 2025 / 1,100,000
신화용 / magnolia-001 / yarn on canvas / 65.1cm*53cm / 2025 / 1,100,000
신화용 / Rosa multiflora-001 / yarn on canvas / 65.1cm*53cm / 2025 / 1,100,000
신화용 / Rosa multiflora-001 / yarn on canvas / 30cm*40cm / 2025 / 700,000
화용 | 뜨개와 달항아리, 그리고 꽃
나는 손뜨개라는 느리고 반복적인 수공 과정을 통해, 전통 오브제와 감각적 조형 언어 사이의 접점을 탐구한다. 본 작업은 조선 백자의 정수로 여겨지는 ‘달항아리’를 중심 모티프로 삼아, 그 형태를 실과 바늘을 이용한 섬유적 방식으로 재구성한 평면-입체 혼합 작업이다.
달항아리는 비정형적인 균형과 깊은 여백의 미를 통해 한국적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오브제다. 나는 이 형태를 물질이 아닌 감성의 층위에서 접근하여, 천천히 실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항아리를 구성한다. 이는 조형적 재현을 넘어, 전통적 형식에 축적된 시간성과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기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뜨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신체 감각이 시간 속에 기록되는 수행적 행위이며, 동시에 타인을 위한 돌봄의 실천으로 작용한다. 항아리 내부에서 피어나는 나뭇가지와 꽃은 모두 직접 짜낸 뜨개 요소로, 각기 다른 결과물의 변이성을 통해 자연의 유기성과 손의 흔적을 병치시킨다. 반복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이 과정은 조형의 엄밀성보다 ‘살아 있는 감각’을 향한 태도에 가깝다.
작품의 배경은 흑과 백의 마티에르를 중첩시킨 평면 회화로 구성되며, 전통과 현대, 물성과 감성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항아리와 꽃, 가지가 이 배경 위에 유영하듯 배치되며, 조형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을 형성한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전통 도자의 상징성과 섬유 매체의 서정성을 병치하며, ‘정성’이라는 비가시적 감각을 시각 언어로 가시화하고자 한다. 뜨개가 누군가를 향한 시간의 증표이듯, 이 작업 또한 감정과 기억, 돌봄이 켜켜이 엮인 조형적 풍경으로 존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