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이진리 / 늪 / 장지 위에 채색물감, 분채, 먹, 아크릴 / 24400104147911 국민은행 이진리 / 65.1×90.9cm / 2024 / 2,000,000
이진리 / 파노라마 / 장지 위에 채색물감, 분채, 먹, 아크릴 / 24400104147911 국민은행 이진리 / 100×72.7cm / 2024 / 2,000,000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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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예고 없이 밀려오기도 하고, 가라앉은 채 오랫동안 머물기도 한다. 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감정을 더 짙게 만들고,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낯섦과 괴리감을 드리운다. 이처럼 명확히 알 수 없던 감정의 실체를 작업 속 형상으로 붙잡고자 했다. 가라앉는 오브제와 흔들리는 물성은 말로 옮기기 어려운 감정의 상태를 은유한다. 불완전하고 연약한 형상들은 무너질 듯 흔들리지만, 그 안에 지속성과 회복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공허함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을 위한 여백일 수 있다. 그 비움을 지나 다시 채워지는 순간이 감정의 본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형태를 빌려 시각적 구조 속에 자리 잡는다. 침잠과 반복, 흔들림과 기다림 같은 시간의 감각들이 물성과 공간을 통해 드러나고, 감정은 그 안에서 낯선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고요하게 머무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더라도, 그 형태는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다. 감정이 흔들린 자리마다 흔적은 남고, 그 자리에 조용히 쌓인 감정들이 다시 한번, 응시되고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