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해저산수화/순지에 수묵/162X130cm/2024/1000만원
김유정/ 해저병풍도/ 순지에 수묵/ 140X160cm/ 2025/ 1200만원
김유정/ 해저산책로/ 순지에 수묵/ 사이즈/ 2025/ 350만원
김유정 작가노트 | 해저산수화 – 물속에서의 공명(共鳴)
나는 전통 동양화의 산수 형식을 빌려, 바다 아래 또 하나의 세계를 그린다. 해저의 암반과 산호는 마치 육지의 산세처럼 중첩되고 흐르며, 그 안에서 유영하는 생명들은 침묵 속에서도 고유한 리듬으로 살아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해파리들은 물결에 실려 떠다니는 작은 존재이지만, 이 무중력속의 유유자적한 움직임은 마치 마음속 잔잔한 파동처럼 오래도록 공명한다.
‘해저산수화’는 눈으로 보는 경관이기보다, 감각과 기억, 그리고 명상의 장에 가깝다. 물속에서는 소리가 둔화되고 빛마저 산란한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존재는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나는 그 고요하고도 깊은 공간에서, 물과 먹이 스며들듯 공명하는 순간들을 그리고자 했다.
작업의 전 과정은 일종의 명상이다. 먹이 스며드는 속도, 여백에 머무는 침묵, 농담의 흐름—all of this becomes a breathing space. 이 명상의 수면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의 질서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 안의 풍경과도 마주하게 된다.
‘해저산수화’는 단지 바닷속의 모사나 판타지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의 불확실성과 소란 속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침잠해 만나는 고요한 사유의 장소이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가 마주하는 감각적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