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조현 /고귀한 영혼들의 세계 The Realm of Noble Souls /acrylic on canvas /97*145.5/2025/ 7,380,000
조현/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Upstream/ acrylic on canvas/ 91*116.8/ 2025/ 4,430,000
작가노트
조 현
창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하나의 실체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하나에서 열까지 지난하기만 하다.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오늘은 나의 창작 과정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먼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심상으로 떠올린다. 나의 경우 ‘떠올린다’기 보다는 ‘떠오른다’에 가깝다.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마음속에 이미지가 되어 나타나면 간단하게 에스키스를 해 둔다. 시간 속에서 그것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무언가로 거듭나면 그때 비로소 캔버스를 펼친다. 하지만 심상이 아무리 선명하다고 해도 그것은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실체와는 거리가 멀어서 이를 캔버스 위에 시각화해내는 첫 단계는 언제나 난감하고 막막하다. 어쩌면 작업 과정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단계로 거친 스케치가 끝나면 화면을 크게 구획하고 엷게 색면을 칠한다. 흰 캔버스에 곧장 묘사를 시작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나는 엷게 색을 올리며 겹쳐(층위를 만들어) 채색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스케치한 선이 수정되기도 하고 새로운 대상이 추가 또는 생략되거나 크기와 각도가 조정되기도 한다. 즉 이 단계까지는 모든 것이 가변적이다.
두 번째 단계가 마무리되면 이제 각각의 대상을 표현하는 순서에 돌입한다. 물감의 농도는 짙어지고 거친 붓과 부드러운 붓, 부채모양 붓, 끝이 뾰족한 붓 등 재료와 도구를 세심하게 골라 대상을 묘사한다. 전체 작업 과정의 메인이면서 가장 진도가 쉽게 나가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나는 늘 갈등한다. 명확한 경계와 정확한 형태를 그리는 가장 익숙한 방식과 자유로운 터치와 불명확한 경계선, 분방한 형태 등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은 정 반대라서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스타일링 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부조화하거나 처음에 떠올렸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로 작업이 진행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분의 묘사에 몰두하다 보면 전체의 조화를 놓칠 수 있으므로, 자주 붓을 놓고 일어나 그림과 거리를 두고 전체를 조망한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며칠 말린 후 무광 바니쉬를 세 번 칠해서 표면 처리를 한다.
작업과정을 풀어서 적어 보니 꽤 복잡하고 힘든 일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창 작업 중인 나를 보며 남편이 “근데 너 이거 왜 하는 거야?”하고 물었다. 팔리지도 않는 그림을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써가며 그리고 있는 모습이 새삼 의아했나 보다. 대답은 간단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흰 캔버스 위에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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