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Heather Kim / Still One - NO.2501 / 장지에 혼합 / 35.56 x 27.94 cm / 2025 / 1,150,000 원
반복되는 건축적 리듬 속에서 유기적인 형태들이 앞으로 밀고 나아간다 —
겹겹이 쌓이고, 부드럽고, 억제되지 않은 채로. 꽃은 안에서 피지 않고, 밖에서도 피지 않는다.
그저 그 사이를 관통하며 펼쳐진다. 나비는 고요 속에 맴돌고, 지각은 조용히 경계를 녹인다.
Heather Kim / Still One - NO.2505 / 장지에 혼합 / 35.56 x 27.94 cm / 2025 / 1,150,000 원
여기서 구조는 더 이상 무언가를 가두지 않는다 — 그 자체로 열려 있다. 아치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경계는 부드러워진다. 꽃잎과 잎사귀는 프레임 너머로 뻗어가고, 나비는 도망치듯이 아니라, 머물듯이 춤춘다.
여전히, 하나
세상은 우리에게 나뉘는 법을 가르친다 — 이성과 감정, 자연과 인공, 멈춤과 생성, 너와 나, 우리와 그들, 강자와 약자.
모든 것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정돈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아래, 삶은 점점 더 숨 막히도록 구조화되어 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삶은 바로 그러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가 침투당하는 틈새에서 비로소 가장 생생하게 들숨과 날숨을 시작한다.
‘여전히, 하나’는 이러한 불안정하고도 생성적인 지대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기하학적인 구조와 유연한 부드러움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면서 서로 대립하듯 소리 없는 힘겨루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그 충돌 속에서 결국 서로 공존하는 법을 배워간다.
이러한 점은, 장자의 나비의 꿈과 같다.
32. 나비의 꿈
어느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일러 '사물의 변화'라 한다.
나의 작품은 나비의 꿈 과 같이 , 이 세상은 모든 사물이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 서로 어울려 있는 관계, 꿈에서 보는 세계와 같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 인지, 서로가 서로가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는 경계를 넘나들어 얽힌 여전히, 하나 인 관계이다.
꽃은 결국 시들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 있는 힘을 다해 생명력을 발산한다.
구조화된 공간 속의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정적인 질서와 끊임없는 변형 사이의 섬세한 긴장을 잇는 매개체다.
인간 사회의 구조가 ‘당연한 것’으로 세뇌되는 억압 속에서 파묻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자, 그 틈에서 생명의 힘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정체되지 않고, 규정되지 않으며, 멈추지 않는 지속적인 생명력.
그 생명력을 품은 나비가 항상 내 그림안에 존재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2겹 또는 3겹의 전통 한지인 장지를 사용한다. 겹겹이 쌓일수록 질긴 강인함과 풍성한 흡수력, 그리고 섬세한 질감을 품게 되는 이 장지 위에 아교를 섞은 안료를 옅게, 층층이 쌓아 깊이를 더한다. 장지 특유의 성질은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간을 축적한다.
기하학 구조의 건물들은 넓은 붓으로 옅게 서너번 칠하고 멈추는 반면, 그 틈에 얽힌 꽃의 형상들은 가느다란 세필의 연속과 겹침으로 깊은 사색의 장을 마련한다.
세필의 반복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니다. 가는 선 하나하나는 작가의 순간마다 달라지는 내면에 따라 필연적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며, 이 겹침은 우연성과 함께 끊임없는 변화를 불러온다.
그리하여 매 순간이 ‘새로운 순간’이 된다.
기하학적 구조와 제멋대로 자란 듯한 유기적 형태의 꽃들은 서로 상치되는 빈 공간 안에서 어설픈 듯하지만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각 작품은 독립적이지만, 끝이 아니며 — 뿌리와 줄기처럼 서로 침범하고 확장되어 새로운 구조를 생성해낸다.
이 이미지들은, 작품 앞에 선 관객의 경험에 따라 모두 다르게 느껴지기를 지향한다.천편일률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하나 "에서 관객은, 시각과 상상, 논리와 비논리, 물질과 감각, 정지와 생성을 넘나드는 문턱에 서게 된다. 그리고, 작품 속 나비가 되어 그 안을 노닌다.

























.png&blockId=23e96f59-ea06-8181-862d-e2ac95f1770d&width=512)











.jpg&blockId=23e96f59-ea06-811f-b287-e6269e3fb82b&width=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