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예니정/아빠 화이팅/acrylic on canvas/53.0*45.5 /2025/850,000
어깨에 바벨을 얹고 오늘도 출근한다
아무리 퍼부어도 무쇠처럼 버틴다
그러면 딸이 웃고
아들이 배부르다
그렇게 아빠의 구두는 닳아간다
예니정/신입사원/acrylic on canvas/53.0*45.5/2025/850,000
입시동굴 헤쳐나와 대학에 왔더니
코로나로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어
취업구멍 뚫고 출근했더니
이건 또 새로운 전쟁터
입사 후 1년, 적응할 때도 됐을텐데
여전히 하루하루가 놀라워
딸 고생이 많아
예니정/공군아드리/acrylic on canvas/53.0*45.5 /2025/850,000
깨질까 부서질까 마음 졸이던 21개월
올해 초 아들이 전역했다
돌아올 땐 분명 어른이었는데
다시 아가가 됐네?
이제야 마음을 편다
예니정/백세시대/acrylic on canvas/65.1*53.0/ 2025/1,000,000
부모님도 처음 겪어보는 나이
건강해진 만큼 무료해진 시간
새로운 앱은 왜 자꾸 생기는 거야
자식한테 손벌리고 싶진 않고
그저 현명하게 버티고 또 버텨본다
앞으로 나에게도 닥칠 일 두렵다
예니정/복학생/acrylic on canvas/65.1*53.0/2025/1,000,000
군휴학 끝나고 복학한 아들
녹녹치 않은 학교생활
학업, 팀프로젝트, 랩인턴, 운전연수
청춘이라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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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한번쯤은 자책하며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책임과 의무를 안고 살아간다. 그 뒤엔 넉넉함과 편안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고대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다. 깃털처럼 여려보이고 싶지 않아 강인한 척 해봐도 여전히 탁구공처럼 튕겨지기만 한다.
나비를 모티브로 가족 또는 그 누군가의 고군분투하는 현대적 일상을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누구든 짊어져야만 하는 삶의 무게와 타협하는 방법으로 '웃음'을 그려보고자 한다. 도착점을 향해 불규칙적이고 몽환적으로 날아오르려는 나비의 비행 행태는 인간이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과 흡사하다. 애써 우아한 척 요란하게 날아다니던 나비도 어쩌면 새처럼 올곧고 기품있는 자태로 날고 싶을지도 모른다. 버거워 보이는 날갯짓, 화려한 외모 뒤에 감춰진 시든 자아, 군체를 기피하는 어설픈 자립성 등을 인간의 세상사에 빗대어본다.
사람들은 자신의 힘듦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소연 하듯 캔버스에 붓질을 하고 나를 투영하며 움츠려든 내면을 비춰본다. 쉽게 드러내지 못하던 속내를 캔버스가 두팔 벌려 안아주고 물감이 오염된 마음을 미화시켜준다. 그렇게 고단함을 공유하며 가슴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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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Struggling> 시리즈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평범하지만 고된 일상을 다양한 자아에 녹여내며 단편적으로 표현해 나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중년여성(작가본인)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위주로 선보인다.
왜곡된 신체를 통해 인간의 억압된 심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내적 불안을 가리고, 나비가 갈등을 표출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체크 패턴은 끊임없는 과업과 번뇌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갈등의 평행성을 시사한다.
굳이 머리를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관람자의 상상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사람의 얼굴과 헤어스타일에는 연령, 성별, 살아온 흔적들이 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관람자는 몸의 형태와 복장, 동반되는 사물들을 통해 누구를 표현했는지 유추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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