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
임하경 / 너머에 대한 그리움 / 종이에 색연필 / 신한은행 110 525 529 642 임하경 / 50x60.1cm / 2025 /
70만원
임하경 / 별 자국 / 종이에 색연필 / 신한은행 110 525 529 642 임하경 / 50x60.1cm / 2025 /
70만원
‘박애’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박애를 재사유하는 것을 취지로 하는 Gallery The Arte의 이번 전시에서 저는 ‘삶에 대한 권태와 의지, 이 두 가지를 대하는 공평한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인생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 작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곳으로,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여겨지기에, 삶을 살아가면서 건지는 것은 사람에 따라 괴로움일 수도, 혹은 애착이나 그리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균열이 서로간의 미움이나 연대를 만들 때면 간혹 그 안에는 대립에서 파멸로 이르는 비극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두를 이해하고 안는 마음 또한 존재하며, 이를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표현해내는 방식 중 하나인 ‘예술’이 저에게는 박애를 사유하는 방식이 되어 줍니다. 저 역시 모든 걸 이해하고 안을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행위는 여전히 저로 하여금 사랑과 미움을 공평하게 바라보게끔 해줍니다. 그렇기에 삶에 대한 권태와 의지, 이 상반된 두 심리를 작품으로 선보이기 위해 이미지를 구상하였고, 종이 위로 색연필을 소복하게 쌓아 올리며 서정적인 분위기로 그려 보았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별 자국>은 세상을 떠난 강아지가 토끼가 사는 달로 떠난 후, 여전히 지구에 머무르고 있을 주인을 향해 흔적을 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입니다. 한 때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보면서, 저 부스러기 같은 별들은 이미 지구를 떠난 사람과 동물들이 돌아다니며 만든 발자국일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었고 이를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느껴지길 염원하는 마음이 가진 힘에서 느껴지는 반짝임을 그림에 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너머에 대한 그리움>은 삶에 번뇌를 느끼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머무르며 살아가야만 하는 지구에 아주 얕게 몸을 담고서 미지의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세상에 연대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세상 너머의 어딘가에 느끼는 ‘근원을 모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보시는 분들께서 작품을 통해 삶에서 의지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인생에서 만나는 기쁨과 슬픔에 공평하게 마음을 내어주며 삶에 대한 긍정을 쌓아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