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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한나

작가의 목소리
김희정한나 /그 비인골짜기에 달처럼 뜬 죽음1/한지에 염색 및 혼합재료/53x40.9/2024/500,000
김희정한나 /그 비인골짜기에 달처럼 뜬 죽음2/한지에 염색 및 혼합재료/53x40.9/2024/500,000
김희정한나 /탑의 몸_지나가는 고래/한지에 염색 및 혼합재료/91x91/2024/500,000
고래는 나(작가 본인)의 토템이자 이상화된 객체이며 나(자신)와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자, 또는 위로받고 싶은 대상이다. 고래라는 거대하고 그럴듯한 생물을 빌려야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나약한 자아를 지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드러낼 뿐이다.
즉 작품에서 고래는 ‘나’를 대변하고 은유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나’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역설적인 정의는 ‘고래’라는‘이상적 존재’ 와 ‘나’ 라는 존재를 동일시하고 싶은 마음이자 그 존재 뒤로 숨고 싶은 마음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같아질 수 없다는 자각에서 나온 혼란스러운 정의일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비 가역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므로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그렇기에 역사 속에서 인간은 이 고통의 원인에 대해, 인간의 삶에서 고통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고통이 “의심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어떤 질서와 부합하는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질 때, 인간은 고통을 맹목적인 것이 아닌 이해할 만한 것,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당연한 고통은 인간이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가 된다.
작품에서 탑은 종교적인 상징이 아니다.
탑은 공들여 쌓아 올리는 행위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형상화한 개체이다. 작품에서 탑은 ‘고단한 삶을 오롯이 견디며 살아 냄’의 상징이며 탑이 모여 있는 곳은 이상향이기도 하다.
탑은 불안과 결핍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성(聖)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결핍되어 공허하고 아픈 그곳을 외면하거나 속된 것으로 채우지 않는, 종교적 인간이 선한 의지로 삶에서 수행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심리적인 결핍, 그로 인한 인생의 어려움과 불안을 결국 극복하는 힘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
그 결핍된 공간에 오롯이 자신만의 탑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본인의 작품에서 탑은 어디인가 그곳에 있을 이상향을 뜻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곳, 지극히 성스러운 곳이며, ‘탈_신성화’, ‘탈_종교화’ 된 ‘비종교적’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갈망하는 ‘종교적인’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향이다. 그러나 그 이상향은 현실에서 도피하듯 벗어나 도달하는 낙원과 같은 회피성 장소가 아니라, 삶에서 운명적으로 주어진 고난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수행하고 정진하듯 삶을 살아내어 얻게 되는 깨달음에 도달한 정신적 평안 상태에 가깝다.
작품은 판화기법과 천연염색 및 전통적인 콩댐을 응용하여 작업한다.
작품에 오래되고 낡고 퇴화된 느낌을 표현하려는 의도이다. 낡고 퇴화된 그러나 아직은 면면히 이야기로 전해오는 것, 그건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각색되어 전설이 된다. 결국 그럴듯한 느낌조차 없는 평범한 삶이 지니는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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