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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우

작가의 목소리
강지우 / 요도치는 고요 / 장지에 수묵채색 / 91.0 x 116.8 cm / 2025 / 120만원
빛은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반짝이다가 흐려지고, 스며들다가 흩어진다. 그리고 그 빛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 작업은 바로 그 유동적인 빛의 성질, 그리고 기억의 흐름에서 출발한다.
중첩된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시간, 감정, 풍경의 파편들이다. 선명했던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며 번지고, 겹쳐지고, 때로는 본래의 형태를 잃는다. 붙잡고 싶던 순간은 쉽게 미끄러져 나가고, 사소한 장면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선명하게 남는다. 기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잊히고 변형되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유기체에 가깝다. 흐려지고 왜곡된 풍경들은 기억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면서도, 그 모든 파편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연결될 때, 기억은 단지 과거의 잔상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세계’가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흩어진 조각들이 서로를 비추고, 어긋남과 흔들림이 새로운 조형 요소가 된다. 실패의 경험조차 또 하나의 층위를 이루며, 불완전한 순간들이 쌓여 더 깊고 넓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기억의 잔상들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그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흐름 속에서도 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까.
강지우 / 노출의 미학 / 비단에 수묵채색 / 72.7 x 90.9 cm / 2025 / 100만원
이 작업은 생명력과 쇠퇴의 경계에 선 식물의 모습을 포착한 장면에서 출발했다. 시간의 손길이 스쳐간 듯한 시든 잎, 찢긴 꽃잎, 마른 줄기들은 소진과 상실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이 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형태 속에서, 푸르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흐릿한 색의 결은 끝내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연약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생을 견디는 힘, 나는 그 미세한 저항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 장면은 강한 조명 아래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빛은 생명을 따스하게 비추는 자연의 빛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결을 들추고, 표면을 과도하게 드러내며, 숨을 곳 없이 존재를 해체해버리는 인공의 빛이다. 빛은 때로 생명을 키우지만, 때로는 진실을 너무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작업 속 빛은 단순한 조명 그 이상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선, 혹은 우리가 익숙하게 휘두르는 ‘관찰’이라는 이름의 통제된 시선을 상징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상태만이 생명을 대변할 수 있는가? 아니면, 마모되고 훼손된 채로도, 그 존재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불완전한 존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 모든 시선의 틈 사이에서 이 장면은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결국, 생명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틀린 채로도, 흔들린 채로도, 끝내 빛을 품고 있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이 아름답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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