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

김효원/물빛 숨1/캔버스에 유화/ 27.3x45.5m/2025/400000

김효원/물빛 숨2/캔버스에 유화/ 27.3x45.5m/2025/400000

김효원 작가노트

저는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과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구조를 탐색하며 작업합니다. 이는 기록된 것, 혹은 구전되는 이야기 속에 지금의 시간을 발견하고 그 감각의 맞닿는 시간에 매료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해양 고지도와 연못 설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뱃길의 지도나 바닷가 주변의 지명,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승된 설화 속 공간들은 현실과 상상, 기억과 희망, 슬픔 등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는 장소입니다. 저는 이러한 장소들을 감정의 층위가 쌓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 복합적인 결들을 회화적 현상으로 마주합니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각의 밀도를 화면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그림이 특정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하나의 장면을 명확히 재현하기보다는, 그 장면을 가능하게 했던 감정의 진동, 정서의 결, 공기 중에 머무는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에너지를 쏟습니다. 따라서 저의 작업에서는 구체적인 형상보다, 형상을 둘러싼 기운과 흔들림, 혹은 수런거리는 감각의 결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길 바랍니다. 결국 제가 그리는 것은 말해지지 않은 것, 발화되지 않았지만 감지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이에게도 조용히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회화가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낯선 감각을 마주했을 때 생기는 작은 여운이나 흔들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