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0월 23일, 구토, 시대 성격적 추상

【시대 성격적 추상】

전시기간 : 2025. 10. 23 - 2025. 10. 27

시와 같은 박관우의 노트를 읽고는 귀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의 섬뜩한 연기나 오케스트라가 절정을 구현할 때 프리송(frisson)을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존재하는 일이, 그러니까 말하고 입고 먹는 일이 이렇게도 숨 막히는 일이었던가. 작가의 언어는 알아볼 수 없는 조형을 통해 침묵의 나선을 그리며, 나를 정의하던 모든 발현에 모든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작가는 그러니까 나약한 당신이여,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그렇게 말하고 입고 먹으며 부둥키며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작가가 설계한 단어의 층위는 마치 이질감으로 인해 멀미의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밀어붙이다 견디다 못한 그 정신이 구토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괴이한 모습으로 내뱉어져 있다. 흰살과 나약한 뼈대를 위하여 시커먼 터럭들을 가득 부둥켜안고 벽에 걸려 있다. 검은 인조 모피로 둘러싸인 프레임은 자아의 외피이자 방어막으로 기능하며, 그 안의 주름진 백색은 생명의 표면처럼 살아 있다. 화면은 숨김과 드러남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의 장면을 상징적으로 합의하며, 작가의 언어를 구축한다.

동물성과 인공성, 욕망과 위장을 동시에 함축하며 개념을 향한 작가의 서슬퍼런 것은 칼날이 되어 침묵 속에서 붕붕 휘두른다. 그것의 정체를 직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작가는 말로써 암시하며 말이다. 채찍과 멸시는 살을 갈라내겠지만, 통쾌하며 짜릿한 것은 작가의 질문이 유효한 것일 것이다.

보여지는 일을 다루며, 보이지 않는 것과 조율하며 연출하고 기획하는 운명적인 우리의 모습을 향한 한마디 농담의 눈빛. 어이없고 하찮은 사연과 의지와 열정 사이에서 처참함을 면하고자 어금니가 깨질 듯 이를 악물고 사는 인생들을 위한 잔인하고도 역겨운 외마디 위로.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