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리바이브 part.2】
전시기간 : 2026. 4. 30 ~ 2026. 5. 4
작가는 사는 곳의 구조와 사는 이의 시선이 교차하는 감각을 그린다. 화면에 보이는 아파트의 창과 모양은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구축 아파트, 190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우리 대부분이 살던 집이다. 베란다 창이 두 칸씩인 걸 보니, 스물세 평쯤, 방 두 개 화장실 하나, 보통의 오래된 아파트. 지금의 아파트들은 우리의 마음이 투영되어 되도록 가능한 한 근사하여, 전자의 주거를 이제는 구축이라고 부른다.
세대마다 그려진 빛깔의 차이와 미세한 흔적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의 층위를 암시한다. 전구색이 다를 뿐인데, 비슷한 주백색끼리라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듯하고, 특별히 따뜻한 주광색이라면 잘못했을지라도 매는 맞지 않는 신식 정서의 가정이 살고 있을 듯한 감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려내지 않은, 저것을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이 화면을 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작업의 분석과 해석보다, 화자의 시선을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화면을 통해 무엇을 보게 되는지가 이 작업의 주요한 맥락이라는 것을 짚을 수 있다. 회청색 계열의 색감과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화면 전체에 정적인 긴장감을 형성하여 이 도상이 품고 있는 사건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시간은 저녁 9시쯤 평범한 사람의 늦은 퇴근 시간이다. 집에 다 왔지만 들어가지 않고 올려다보고 있는 화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원 시험에 낙제를 받은 중고등학생의 버팅기기일까? 아니라면 자랑스러운 성과를 들고 오지 못해 문고리를 잡지 못하는 가장의 망설임일까?
이어지는 작업은 첫 번째 작업이 보여준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 아파트의 창들이 외부에서 바라본 나와 타인과 공간의 실존이라면, 이어지는 초상 작업은 그 내부에서 흐릿하게 번져가는 나의 내면을 돋보기로 크게 쪼아 보는 듯하다. 에곤 실레보다는 둥글고 프리다 칼로보다는 더욱 내면 집약적인 표정과 라인의 인물이다.
장지에 채색된 부드럽고 습윤한 질감은, 명확한 선보다는 흐려지는 경계를 짚어내 드러나는 묘사는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비쳐지는 것은 유쾌한 일기 같은 것은 아니다. 학원의 낙제점을 받고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도, 지금 이 앞에서 내 얼굴을 보는 나는, 나를 어떻게 긍정할 것인지라는 무거운 질문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이렇게 되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톡톡히 곱씹어 보며 질문한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불안과 동요는 삶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던데, 그중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을 위해 흔들리고, 불안으로 동요하며 - 삶은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 삶은 삶이기에 긍정하는 것인가? 수많은 집 속에 사는 여러분들이여, 삶을 어떻게 긍정하는가?“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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