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26년 5월 20일, 네가 떠나간 길, 소해

【소해】
전시기간 : 2026. 5. 14 ~ 2026. 5. 18
작업은, 만약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가 영화가 되었다면 만들어질 법한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미륵이 순사의 추격을 피해 조선 땅을 뒤로한 채 강을 건너고, 어머니는 멀리 떠난 자식을 끝내 가슴에서 도려낼 때까지 멈추지 않는 역사처럼 흐르는 압록강을 바라본다. 동트기 직전 푸른 갈대의 물결은 슬픔의 시대를 품어내고 싶은 듯 흔들리고, 이미륵은 어머니로부터 최후의 탯줄을 끊어내듯 압록강을 질러 신의주와 중국의 안동, 상해와 마르세유를 자신의 운명으로 향하는 통로 삼는다.
표면 위에 남겨진 물성의 층위는 이러한 내면적 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맥락으로 작동한다. 어머니의 눈물을 받아내는 흙과 물, 그리고 강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향기가 화면 위에 천천히 침전되어 푸름을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작업은 이렇듯 은근히 추측할 만한 이미지와 정서를 풍겨냄으로써 감상자를 그 밀도 안으로 잡아 끌어들인다. 그렇기에 이 추상은 손에서 놓친 것이 멀리 날아갈 공간과 그것을 오래 바라볼 시선과 감정이 머무르는 자리처럼 보인다.
번져나가는 색면과 멈춰 선 흔적들은 서로 다른 시간의 속도를 암시하며, 감상자로 하여금 하나의 풍경이 사라져가는 순간과 아직 남아 있는 기억의 온도를 동시에 떠올리게 만든다.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DIRECTORIAL PERSP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