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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4월 5일, 구름에 닿은 소리, 흔적

【흔적】
전시기간 : 2026. 4. 2 ~ 2026. 4. 6
화면은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도 작업을 오래 볼 때, 작업의 순수한 의도가—작업이 스스로 존재하게 되는 이유 같은—빛을 내며 흘러올 때가 있다. 그 누구라도 때로는 무언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 그 자체로 왜곡의 이유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크릴로 단단하게 구축된 바탕 위에 오일 파스텔을 덧입히고, 이를 다시 예리하게 긁어내는 방법으로 도상을 구축한다. 작업에 임하는 화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그것은 마치 화자의 눈앞에 영상되는 사물과 현상과 감도를 부디 편집 없이 보고 들어 새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길 바라는 의지가 천여 번의 긁어냄에서 들려온다.
반추상에 가까워져 가는 소실점 근처의 사물들, 그리고 감상자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사물은 긁어낸 기록이 선명하다. 마치 아무런 위력과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은 이 공간, 이 길 위에 놓인 것을 자유를 향해 편안히 걸어가길 허락하는 것처럼, 그저 바라봐지고 떠나게 한다. 저항하지 않는 공간으로 남아, 그 위에 놓인 것들이 스스로의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Sviatoslav Richter는 그의 성공적인 연주 이후 인터뷰에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인생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부정은 자신과 음악을 둘러싸고 덧씌워진 해석과, 그 해석 속에서 점점 두꺼운 옷을 입어가는 듯한 순수를 위한 추모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끝내 그것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의 이상은 맨살이 구름에 닿는 듯한 소리로, 슈베르트와 음악의 하수인으로서 그저 소리 나는 것이지 않았을까.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DIRECTORIAL PERSP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