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지견 心手之見 리바이브】
전시기간 : 2026. 1. 29 ~ 2026. 2. 2
상상해보자. 오늘은 그럴듯한 꾀병이 통했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평소라면 허락되지 않았을 오전의 집 안은 괜스레 낯설어, 구경하고픈 마음에 작은 방을 나와 먼저 엄마의 분주한 공간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설거지를 기다리는 그릇들과 초벌 세척이 끝나 옆에 놓인 물병들, 아직 비워지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통이 제자리에 남아 있다. 오늘 저녁에 먹을 요리의 레시피가 포스트잇에 적혀 창문 옆에 붙어 있고, 지난 잔치에서 받은 꽃다발은 엄마의 눈높이쯤에 걸린 채 말라간다. 창가의 낮은 담쟁이는 바람에 끌려 사부작거리며, 그 옆에 놓인 고무장갑은 입구 쪽을 창으로 향한 채 놓여 남은 물기는 완전히 마르겠다. 특별한 사건 없이 충만하다. 회화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구도를 설명하지 않고, 시선이 머무는 순서를 얌전히 따라가게 하는데, 이미 그 자리에 놓여 있던 상태를, 다만 이제야 도착한 시선에 맞추어 천천히 드러내는 것이다. 발견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감도로 작동하는 회화는 보여진 것처럼, 정서적 공감을 유도하는 데서 멈추지 않겠다. 관람자는 감정을 ‘느끼는’ 주체라기보다, 보아왔음에도 이제야 발견한것들과 다시 관계 맺는 위치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정연수가 인용한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문장,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를 응시하는 것”은 체험으로써 실현된다. 화면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오랜 시간 시야 안에 머물렀으나 의식되지 않은 채, 시선을 되돌려주던 것들로 은유된다. 이 응시의 왕복 속에서 보는 주체와 보여지는 대상은 분리되지 않고, 관찰은 이제 직선적인 파악이 아니라, 대상과 화자 사이에 관계가 되돌아오는 원형의 감각으로 전환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은 여타 인식의 확장은 아니겠다. 보고, 인지하는 행위가 언제나 놓침을 동반해 왔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에 다다르지 않을까. 늘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은, 보지 않고 지나쳤던 시간의 축적을 함께 드러냄으로, 이 인식은 무언가를 새롭게 획득했다는 기쁨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상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새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 인식된 것이다.
따라서 회화에서 상실과 발견은 분리되지 않는다. 놓쳤다는 인식과 비로소 보게 되었다는 감각은 동시에 발생하며 하나의 경험으로 겹쳐진다. 설거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물기는 계속 마르고 있으며, 장면은 완결되지 않는다. 화면은 과거를 회상하지도 미래를 예고하지도 않는다. 오직 지금-여기에서 지속 중인 상태로 머문다. 관람자는 이해하거나 해석하기보다, 무엇을 보지 않고 지나쳐왔는지를 알아차리는 자리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인식에 있어 상실이라는 콘텍스트는, 다소 마음이 저린 기분이 드는데, 어쩌면 지금도 놓치고 있을 것을 향한 조바심이 인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은 혹시나 사랑 같은 것이라, 늘 나를 발견하는 듯이 응시하는 그들의 눈빛 같은 것을 상실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 감각이 작가의 응시를 통해 섬뜩 다가오기도 한다. 반대로, 우리가 어두운 골짜기를 홀로 걷는 심정만큼이나 공포와 고독을 뿌리치지 못할 때도, 우리가 미처 상실해오고 있는 것을 통해 사랑과 안녕을 상상할수도 있겠음으로, 작업의 기조는 시간의 작동자체를 긍정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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