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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9월 5일, 유쾌한 한숨, 현상(現象)변주

【현상(現象)변주】
전시기간 : 2025. 9. 4 - 2025. 9. 8
화면은 초현실주의적인 정물화와 인물화가 결합한 형식으로 현실적인 재현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환각적인 장면을 구성함으로 기이한 감상의 층위로서 감상자를 끌어당긴다. 익숙한 사물과 상황에 회화로써 기이한 간극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네러티브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업의 중심부에서 위치한 은제 과일 그릇과 채소의 묘사는 마치 바로크 정물화의 구도와 형체를 차용하며 불가해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이는 마치 손가락 마디같이 보이는 것으로 구성된 노인의 형체와 앉은 자리가 편안해 보이지 않는 토끼로 드러나는 이성적 존재의 공허함과 무지하나 유쾌한 생명력의 상징을 지닌다고 꼽을 수 있겠다.
파편화된 인체의 노인은 내적 정체성이 하나의 전체로서 증명하기를 포기했음을 상징하는 듯 무력한 자세로 토끼에게 시덥잖은 장난이나 거는 듯하다. 토끼의 시선과 표정은 노인이 바라보는 시점이나 레이어와는 극명히 엇갈리며 노인의 프레이즈에 동의하지 않거나 역행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권위와 지혜를 부여받았음에도 자신과 다른 것은 단지 은제 과일 그릇에 먹이를 담을 수 있다는 정도라고 생각하며 또한 그 나름의 공허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이와 같이 서사가 명확히 정착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기묘한 불안과 위화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사유를 촉발한다. 작가가 경험하였거나, 두려워하고 있는 무가치를 향한 어떤 판단 과정 자체가 캔버스에 옮겨진 듯한데, 그리하여 캔버스 속 서사는 흔히 중견 작가들에게 느껴지는 거의 확정된 사유로 인한 안정감이나 서사의 직관성이 더 채워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 불안함 속에 여러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처럼 젊은 작가의 작업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확장성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글 이지호, 아르테위드 발행인
DIRECTORIAL PERSPECTIVE